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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서의 삶 / 재커리 심슨 지음,김동규·윤동민 옮김 / 갈무리

니체에 의해 ‘신이 죽은’ 후에 현대철학자들은 우리 삶의 저편에 과연 초월적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의심했다. 결국 학자들은 참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내재적 가치를 찾아 나섰고, 이런 과정에서 예술과 미학을 만나게 됐다. 학자들은 예술과 미학을, 단순화·획일화에서 벗어나 삶의 긍정에 다가가기 위한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예술작품에서 발견되는 저항과 개방, 창조성을 드러내는 삶을 지향하는 능동적인 삶이 이 책이 말하는 ‘예술로서의 삶’인 것이다.

저자는 댄디즘과 니체에서 시작해 아도르노, 마르쿠제, 하이데거, 메를로 퐁티 등 기라성 같은 학자들을 끌어내 이들의 학문적 성과에 ‘예술적 주체성’의 개념을 대입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낸다. 이를테면 마르쿠제의 해방과 구원을 추구하는 예술적이고 변혁적인 인간, 예술가로서의 카뮈의 삶, 푸코의 실존과 미학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복문의 긴 문장들이 자주 얽혀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야 하는 게 꼭 번역의 탓만은 아닌 것이 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손을 봐서 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