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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활동 많은 K-그룹
한글전파는 또다른 한류
“정체불명 외국어名 그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어나 영어 이름을 쓰는 아이돌 그룹 일색이었던 가요계에서 독특한 한글 이름을 쓰는 신인 그룹들이 주목받고 있다. 구구단(사진), 소나무, 크나큰 등이 그 주인공이다.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101’ 준우승자인 김세정이 속한 9인조 신인 걸그룹의 이름은 ‘구구단’. 가수 성시경, 박효신 등이 속한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는 구구단을 론칭하며 사내 공모전을 통해 후보를 받은 후 이 이름을 최종 선택했다. 그룹 멤버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반대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독특한 네이밍(naming)이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는 구구단을 대중에게 알리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홍대 예스24무브홀에서 걸그룹 소나무의 컴백 쇼케이스가 열렸다. 지난해 활동을 시작하며 ‘소나무’라는 이름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그룹은 구구단이라는 신인 걸그룹의 등장으로 차별화된 이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멤버 민재는 “그룹을 소개할 때 이름을 듣고 당황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독특한 한국적 이름이라 멤버 개개인은 몰라도 소나무라는 그룹명은 아는 분들이 많다”며 “우리 역시 구구단이라는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랐는데 조금만 지나면 익숙해져서 자긍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룹명은 남다른 의미도 갖고 있다. 구구단은 9인조 그룹답게 ‘9가지 매력을 가진 9명의 소녀들이 모인 극단’을 뜻한다. 소나무는 늘 푸르고 변함없는 모습으로 열심히 음악 활동을 하자는 취지를 가진 그룹명이다.

5인조 신인 남성 그룹 크나큰 역시 말 그대로 ‘큰 사람이 되라’는 의미와 함께‘K-팝의 문을 두드린다’(K-pop knock)라는 뜻을 담은 중의적 표현이다. 크나큰의 소속사 측은 “멤버들의 평균 키가 185cm라 이러한 외적인 모습까지 가리키는 그룹명”이라며 “‘연예인이나 작품은 이름대로 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크나큰의 인지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글 이름을 쓰는 것은 해외 활동이 활발한 K-팝 그룹들이 해외팬들에게 한글을 전파한다는 측면에서 또 다른 한류라 할 수 있다.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김숙경 본부장은 “처음에는 다소 낯선 이름일지라도 인기를 얻고 성공을 거둔다면 한글 이름에 대한 어색함도 사라지고 향후 더 많은 그룹들이 한글 이름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며 “해외팬들이 한글 이름으로 그들을 불러주는 것 또한 의미 있는 광경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