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택 AIIB부총재 ‘휴직계’ 제출 배경·전망

‘책임’논란일자 대외접촉 끊어
‘직간접 사퇴압력 굴복’까지
배경 놓고 갖가지 추측 난무
‘檢수사 대비용’분석도 나와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전 KDB산업은행 회장)가 돌연 휴직계를 낸 것과 관련해 다양한 추측들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 논란의 핵심에 놓인 홍 부총재가 검찰의 칼끝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상황에 이르자 이를 대비하기 위해 휴직 신청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홍 부총재는 중국 베이징에서 AIIB 연차총회가 열리기 직전에 휴직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AIIB 측도 홍 부총재의 휴직사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부실과 관련해 산업은행의 책임이 언론에 보도되고 당시 책임자였던 홍 부총재의 책임론이 거론되며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산업은행 ‘직무 태만’의 책임자로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을 지목했다. 홍 부총재가 산은 회장으로 재임 당시 피감 대상인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홍 부총재는 이 같은 책임론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그는 지난 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산은의 4조2000억 원대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실지원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중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으로부터 정부의 결정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그는 10일 산업은행을 통해 해명자료를 내고 발언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이후 대외 접촉을 끊고 지난 25일 제 1차 AIIB 연차총회에도 불참하기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이번 휴직 신청을 두고 정부가 홍 부총재의 자진 사퇴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한 결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도 좁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국격을 생각하고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산은의 리스크 관리도 제대로 못한 인사가 AIIB 리스크 담당 부총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라도 스스로 거취를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