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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 우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너와 나

절경의 화순적벽에는 ‘갈래야’ 갈 수 없는 수몰 실향민들의 사연이 서려 있다.

첫째 인용문은 인디 듀오의 노래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의 가사 일부입니다. 사람들 사이의 깊은 인연을 나타낼 때 자주 쓰는 표현인데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써야 합니다. ‘떼려야’는 동사 ‘떼다’의 어간 ‘떼’에 ‘∼려야’가 합해진 형태인데요. ‘∼려야’는 ‘려고 하여야’가 줄어든 말입니다. ‘떼려고 하여야’→‘떼려고 해야’→‘떼려야’로 축약이 일어난 것이지요.

둘째 인용문의 ‘갈래야’ 또한 ‘가려고 해야’가 줄어든 ‘가려야’로 고쳐야 합니다. 해마다 명절 때면 분단으로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망향제와 관련한 보도가 나오는데요. 아무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들의 고향이 바로 ‘가려야’ 갈 수 없는 곳이지요. 물속에 잠긴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정이 어떨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아립니다.

세상에 숨기기 힘든 게 사랑과 감기(기침)라고 하는데요. 이때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사랑 등으로 쓸 수 있습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관계 속에 놓이는데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아기와 엄마의 관계가 그럴 테고, 사춘기 아이들은 단짝과의 관계에서 가족보다 더 단단한 유대를 느끼기도 합니다. 어른도 다르지 않지요. 어떤 순간에도 내 손을 놓지 않을 누군가가 있기에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낼 수 있으니까요.

미운 일곱 살에서 미운 네 살로 빨라진 요즘 아이들 사례를 듣다 보면 한 세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화했다는 걸 느끼는데요. 텅 빈 놀이터를 지나칠 때마다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장난꾸러기들로 북적이던 옛날의 모랫바닥 놀이터가 그리워집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