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영훈 관장이 지난 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전에서 일본의 반가사유상을 바라보고 있다. 신창섭 기자

‘창의성’ 강조하는 李관장

이영훈 관장은 전시의 귀재이자 작명의 달인이다. 가장 유명한 게 중앙박물관 3층에 있는 카페 ‘사유(思惟)’다. 반가사유상이 있는 곳이기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4년간 다닌 요가학원에는 ‘좌우명’이 될만한 문구를 하나 제안했다. 법구경에 나오는 ‘지자조신(智者調身)’.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몸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작명은 이 관장의 유일한 취미나 다름없는 붓글씨에서 자연스럽게 비롯하고 있다. 그는 업무 중에도 붓으로 사인한다. 이날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전통 부채에 몇 글자를 붓으로 적어 넣어 기자에게 선물했다. 글이 더해져 선물의 의미가 더 소중해지는 느낌이었다.

“요즘처럼 SNS가 범람할수록 붓글씨의 매력이 커지는 것 같다. 붓은 연필, 볼펜과 달리 종이에 상처를 내지 않는다. 종이를 쓰다듬는다. 사용하기에 번거로운 점이 있지만 분명히 붓글씨만이 가진 매력이자 여유다.”

작명을 하고, 수시로 아이디어를 내는 관장 때문에 부하 직원들은 피곤할지 모른다. ‘창조적이면서 부지런한 상사’는 기피 대상 1호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 점을 아는 이 관장은 중앙박물관장에 부임한 후 오히려 한발 뒤로 물러났다.

“처음 관장으로 온 뒤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직원 여러분이 하고 싶은 전시를 하겠다고 했다. 내가 먼저 나서는 게 부담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개의치 말고 의견을 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선배에게 불손하고 후배에게 겸손하라’고 주문했다. 나는 사실 선배들에게 많이 대들었다. 그런데 선배들이 다행히 잘 받아줬다. 운이 좋았다. 서로 부딪치고 논쟁하는 과정에서 창의력도 샘솟는다고 생각한다.”

이 관장은 전시기획자를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에 비유했다.

“자꾸 궁리하고 엉뚱한 상상을 해야 한다. 전시기획자는 CD 이상의 안목을 가져야 한다. 전시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관람객들의 시선을 잡아끌 제목도 갖춰야 한다. 전시에도 ‘작명의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