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여자장대높이뛰기의 옐레나 이신바예바(가운데)가 22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추바시 공화국 체복사리에서 열린 러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 육상의 올림픽 출전 허용 소식을 전해 들은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IOC, 러시아 육상 올림픽 출전 허용 파장

러시아 국기 달고 참가 가능케… 흥행 차질 우려한 IOC의 편법
“올림픽기 달고 개인자격 허용”… IAAF 징계 사실상 뒤집어
러 환영… 美언론 “면죄부”… “리우 간다” 이신바예바 활짝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 육상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러시아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금지 약물 복용 조장과 도핑 테스트 결과 은폐·축소를 이유로 러시아 육상의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에 따라 IOC가 러시아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2일 오전(한국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IOC는 스위스 로잔에서 이사회를 열고 금지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는 걸 입증할 수 있는 러시아 육상 선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허용키로 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추가 도핑 테스트를 통해) 금지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며 “올림픽에 출전하려는 러시아 선수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대표하기에 러시아 국기를 달고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IAAF는 지난 18일 러시아 육상의 국제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연장하면서 러시아 육상선수는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기를 달고 리우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의 특성상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참가하기란 불가능하며, 여자장대높이뛰기의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21일 “러시아 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비탈리 무트코 체육부 장관은 “러시아는 도핑에 연루되지 않은 육상 선수들의 리우올림픽 참가를 위해 IOC가 제시한 모든 조건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IOC의 결정을 반겼다.

IOC가 러시아 육상의 리우올림픽 참가를 허용한 것은 ‘비즈니스’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미국, 중국과 함께 3대 스포츠 강국이자 2012 런던올림픽 육상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금메달 8개를 획득한 전통적인 육상 강국이다. IOC는 러시아 육상의 리우올림픽 불참이 흥행 실패와 시청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IOC가 기울여온 강력한 반도핑 정책과는 정반대여서 벌써 논란이 일고 있다. IOC는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 도핑 샘플을 재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55명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금지할 계획이지만, 이번 결정으로 인해 재검사 적발자의 올림픽 출전을 막을 명분도 사라졌다.

특히 정부 차원의 도핑 스캔들로 인해 러시아 육상이 IAAF의 징계를 받았지만, IOC가 러시아 육상에 ‘무죄’를 선고한 셈이어서 파장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앞으로 국제연맹 차원의 출전 정지 징계가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USA 투데이는 “리우올림픽에서 러시아 육상 선수가 메달을 획득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무트코 장관이 ‘러시아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 16일 바흐 위원장은 “러시아 육상의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는 IOC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이번 IOC 이사회를 앞두고 바흐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올림픽 참가 문제를 협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바흐 위원장은 “국가올림픽위원회만이 올림픽에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올림픽위원회 소속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 사례는 있다.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 당시 내전 중이었던 유고슬라비아의 선수들이 올림픽기를 달고 참가했다. 그리고 IOC는 이달 초 난민 선수 10명에 대해 올림픽기를 달고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편 러시아 육상선수들은 IOC의 결정에 환호했다. 이신바예바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국기를 달고 리우올림픽에 간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