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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모은 5000점 ‘화폐박물관’ 연 손재림 관장

“신기한 화폐가 가득 있지요. 학생들의 살아있는 통화(通貨) 교육장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경북 경주시 신평동 보문관광단지 내 ‘손재림화폐박물관’. 1층으로 된 600㎡ 규모의 화폐박물관에 들어서자 조선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화폐가 빼곡히 전시돼 있었다. 모두 5000여 점으로 중풍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영천 손한방병원 손재림(79·사진) 원장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40여 년 동안 모은 것이다.

특히 호조통화태환권이 돋보였다. 이 화폐는 1893년 고종이 대한제국 경제 근대화를 위해 화폐개혁을 하면서 옛 화폐를 회수하기 위해 발행한 일종의 교환표다. 그러나 일제의 압박으로 실제 유통되진 않았다. 고종은 호조태환권을 찍는 원판을 덕수궁에 보관했으나 6·25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밀반출됐다. 손 원장은 “당시 이 원판으로 화폐 3장을 찍었으며 이 중 1점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옆에는 세계 각 국가의 화폐, 서울올림픽과 한일월드컵 등의 기념주화, 경술국치 메달 등도 전시돼 있다. 경술국치는 1910년 8월 29일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한 날로, 메달은 일제가 이 행위를 정당화하고, 우리 국민을 조롱하면서 가슴에 달고 다닌 것이다. 박물관은 지난 5월 20일 개관했다.

박물관 옆에는 민속전시관도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직후 흔들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기가 소장돼 있다. 윗부분은 약간 찢어졌으며 색이 바랬다. 또 각종 벼루와 전국 최대 크기의 직조기(베틀), 비녀 등도 전시돼 있다. 박물관 옆 야외 유물 전시장에는 실물 크기의 첨성대와 역대 대통령 흉상이 설치돼 있다. 손 원장은 박물관과 민속전시관 등의 조성에 사재 20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원장은 “이 유물들은 소중한 자산으로 후대에 널리 교육하기 위해 전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주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