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性중립적 규정 적용
초교 포함 80개 주립학교

앞으로 영국에서는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도 자신이 원할 경우 치마로 된 교복을 마음껏 입을 수 있게 됐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는 아이들이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성 정체성이나 성적 취향 때문에 차별받는 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어렸을 때부터 교육시키기 위한 것이다.

최근 인디펜던트와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은 영국 전역에서 새로운 ‘성 중립적’ 교복 규정이 적용되면서 학생들이 교복으로 바지나 치마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골라 입을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그동안 엄격한 성 구별 교복 규정에 따라 남학생은 바지를, 여학생은 치마를 입도록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교복 규정이 개정되면서 영국 내 40개 초등학교를 포함한 80개 주립 학교에서 남학생도 치마를, 여학생도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됐다. 쉽게 말해 초등학교 1학년인 만 5세 남학생도 입었을 때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면 치마를 입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처럼 영국 정부가 교복 규정을 바꾼 것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의문을 가진 학생들에게 학교가 보다 포용적인 정책을 취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여전히 사회 내 존재하는 레즈비언과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LGBT)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최근 조사 결과 영국 내 학교 중 절반에 가까운 49%가 LGBT의 정의조차 가르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LGBT와 같은 성 소수자의 권리를 등한시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조치에 대해 업랜즈 커뮤니티 칼리지의 리아나 리처드 교감은 “자신이 이분법적 성 구분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권리를 인정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동성애자 인권 단체 스톤월의 대변인은 성 중립적 교복 규정 도입을 환영하면서 “트랜스젠더들도 불편함을 느끼는 방식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일이 벌어지면 엄청난 상처를 받으며, 특히 어릴수록 상처가 크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170년 역사를 가진 명문 브라이턴 칼리지가 남녀 학생들이 교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영국 교육기관들은 성 구별에 따른 교복 규정을 차례로 폐기하고 있다. 영국 교육부도 20만 파운드(약 3억3000만 원)를 지원해 교직원들에게 성 평등과 다양성에 대한 교육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성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