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불 밝힌 檢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청사 사무실의 불이 16일 밤늦게까지 켜져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채정병 사장 참고인 조사

사장단·가신그룹 인사들 대상
자금 이동 ‘끝’ 확인하려는 듯

정책본부 개입 정황 밝힌뒤에
이인원 부회장 소환할 가능성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자 10년 이상 롯데그룹 재무책임자로 활동해온 채정병(66) 롯데카드 사장을 불러 조사한 것은 롯데그룹 내 비정상적인 자금의 흐름을 어느 정도 포착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본부 주도하에 신격호(94) 그룹 총괄회장·신동빈 회장 등 신씨 일가가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데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등이 악용되고 이렇게 취한 이득 상당 부분이 비자금으로 전용된 구조를 확인한 만큼 이르면 다음 주부터 계열사 사장단-정책본부의 가신 그룹 순으로 소환 조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채 사장은 정책본부 핵심 임원 출신이자 계열사 사장으로는 최초의 소환자다.

그동안 기본적인 압수물 분석과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한 사실 확인, 신씨 일가의 재산 성격 규명 등을 위해 정책본부 내 실무자, 신씨 일가의 ‘재산 관리인’격인 임원들이 소환됐었던 것과 달리 채 사장 소환은 그룹 내 수상한 자금 흐름의 경로 및 ‘끝’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어느 정도 ‘물증’을 확보한 뒤 본격적인 롯데 핵심 관계자들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채 사장을 통해 자금 흐름과 혐의 사실에 대한 확인 작업을 거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 사장은 정책본부의 이인원(69·부회장) 본부장, 황각규(61·사장) 운영실장, 소진세(66·사장) 대외협력단장, 구속된 노병용(65) 롯데물산 사장 등과 함께 대표적인 신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그만큼 신 회장을 직접 겨냥한 소환 조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채 사장이 지원실장을 지낸 2004년부터 2014년까지 계열사 간 수상한 자금 거래에 정책본부의 개입 정황과 신씨 일가의 관여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계열사 사장단 등 고위 임원과 정책본부 고위 관계자들, 신 회장의 측근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작할 방침이다.

특히 수상한 내부 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되는 계열사 임원진, 정책본부 출신 계열사 사장들이 우선 소환 대상으로 분류된다.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이인원 부회장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압수수색(10일) 이후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아 사장급 임원을 소환한 것은 이례적이다. 사실상 내사 단계에서 상당 부분 혐의를 확인한 상태에서 수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병기·정철순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