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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한남대 교수·군사학

최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북한이 한진과 SK그룹 등 국내 대기업 그룹의 전산망을 해킹해 무기 체계 자료 등이 포함된 4만여 건의 문서를 탈취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큰 비밀이 없어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기가 찰 노릇이다.

북한은 핵 실험 이후에는 늘 사이버 도발을 자행해 왔다. 2009년 5월 2차 핵실험 후 7·7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에는 주요 방송·금융사의 전산망에 대한 동시다발적 악성 코드 유포 공격을 자행했던 것을 들 수 있다. 이런 사례들에 비춰 4차 핵실험 이후에 북한이 또다시 사이버 공격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이에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다.

북한은 김일성군사대, 김일정치군사대, 모란봉대 등에서 사이버 요원 양성 및 연구를 하고 있다. 주로 사이버 방호보다는 사이버 공격 능력 개발에 치중한다. 현재 사이버전 및 해킹 전담 인력은 3000여 명이고, 이들은 주로 국방위·총참모부·노동당 등의 소속 하위 부서에 배치돼 사이버 공작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은 북한의 사이버 능력 의도(지) 2위, 공격 능력 6위, 사이버 정보력 7위 해서 종합 6위로 한국(9위)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향후 6000명 이상의 사이버 전사 확보 계획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도발 및 심리전 획책이 가속화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아직도 국가 안보에 대한 심대한 위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즉, 북한의 사이버 위협을 국가 일부 영역에 국한된 문제로 인식할 뿐, 이것이 국가 생존과 발전에 관한 총체적인 문제, 즉 ‘포괄안보’의 관점까지는 생각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사이버 대응책과 더불어 노력을 새롭게 해 나가야 한다.

우선, 국가 차원에서 사이버 정책이나 전략을 문서화해 이를 민·관·군에 지침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민·관·군 및 산업계에 이르기까지 책무·역할·관계 등을 새롭게 설정해 사이버 위협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국가의 기반 구조가 컴퓨터 네트워크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고, 또 군의 무기 체계 및 장비가 컴퓨터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제작 및 운영되고 있는 만큼 사이버 공간의 보호와 자유로운 활동은 국가 수준에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사실을 민·관·군이 함께 공감할 수 있어야 사이버 위협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국민적 공감 속에서, 북한의 사이버 공간에 대한 파괴와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과학기술적 영역의 사이버 전문 인력을 양성해 나가야 한다. 사이버 대응의 적응성 및 적시성을 강화하고, 사이버 관련 기술을 신속하게 개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사이버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고려대뿐만 아니라 더 많은 대학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공격 및 방어작전의 수행을 담당하는 독립된 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사이버 위협은 국가의 경제 및 사회 하부 구조를 일거에 무력화하고 붕괴시킬 수 있는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따라서 북한이 자행하고 있는 사이버 공격 위협에 국가적 차원의 대응 노력도 필수지만, 미국을 비롯한 우방들과 사이버 협력 체계를 구축해 공동 대응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