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위키드’ 대구서 인기
아, 사랑스러운 코믹 연기 압권
차, 노래로 객석을 들었다놨다
요즘 공연계 큰 흐름 중 하나는 바로 ‘대구 개막’이다. 2014년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팀은 대구(경주 프리뷰 포함)를 기점으로 월드 투어를 시작했고,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레미제라블’도 지난해 서울에 앞서 대구에서 공연을 했다. 올해는‘위키드’. 2013년 한국 초연 후, 드디어 성사된 첫 재연이 지난 5월 18일 대구에서 시작됐다. 브로드웨이에서 12년째 박스오피스 1위, 54번의 무대 전환과 350여 벌의 화려한 의상으로 블록버스터 뮤지컬로 불리는 ‘위키드’는 공연 팬들이 손꼽아 기다린 작품 중 하나다. 지난 2월 예매 첫날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하루에만 6100장이 팔리며, 지방 공연 사상 최고 예매율을 기록했다. 서울 외에 유일하게 한 달 이상 장기 공연이 가능하다는 ‘뮤지컬 도시’ 대구를 다녀왔다. 이번 시즌 새롭게 캐스팅된 차지연(엘파바·오른쪽 사진)과 아이비(글린다·왼쪽)가 각각 초록마녀와 금발마녀로 호흡을 맞춘 지난달 31일. 평일인데도 1900여 석의 계명아트센터는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 소년 같은 차지연·여우 같은 아이비…이렇게 예쁜 마녀들 =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5주 연속 우승하며 무대에서 쌓은 내공을 뽐냈던 차지연. ‘캣츠걸’의 카리스마를 벗어던지고 초록색을 입었다. 툴툴 내뱉는 말투, 선머슴 같은 걸음걸이, 엉뚱한 춤, 그리고 소름 돋는 가창력…. 초록마녀 ‘엘파바’로 분한 차지연에게 관객들은 열광했다. 넘버(삽입곡)가 끝날 때마다 관객석 여기저기서 “어머, 세상에” “아! 진짜 잘한다” 등 탄식이 넘쳐난다. 우렁찬 박수는 비슷한데, 서울 공연장에서보다 말소리가 많이 들린다는 게 차이. 요즘 공연장에서 관객들의 관람 태도를 너무 엄하게 다스린다(?)는 볼멘소리가 높은데, 대구는 비교적 자유로워 보였다. ‘복면가왕’이나 ‘나는 가수다’를 보듯, 배우들의 음성 하나하나에 감탄하는 모습은 오히려 관극(觀劇)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무대 위에서도 더 힘이 나지 않을까.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5월 31일 뮤지컬 ‘위키드’를 보기 위해 대구 계명아트센터를 찾은 관람객들.
◇ 8세부터 80세까지 즐겁다…원작을 뒤집은 유쾌한 상상력 =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셀러 ‘위키드’를 모티브로 한다. 도로시가 ‘무찌른’ 나쁜(그리고 녹색이다) 마녀가 사실은 불같은 성격 때문에 오해 받는 착한 마녀이고,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떠난 일행에게 길을 알려준 착한 마녀(그리고 금발이다)가 사실은 허영덩어리였다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것. 영화 ‘포카혼타스’ 등으로 3개의 아카데미상과 4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한 스티븐 슈왈츠가 작사·작곡을 맡았다. 고전을 뒤집은 기발한 이야기, 다양성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 등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명작을 완성시켰다.
서울에서는 공연 시장 ‘큰손’인 20∼30대 여성 관객이 압도적이었지만, 31일 계명아트센터에는 유난히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았다. 대구 공연을 기획한 이철우 파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리고 어린이 뮤지컬이라고 오해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도 “폭넓은 관객 형성이 공연계의 과제라고 볼 때, 가족 단위 관객이 늘어가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파워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위키드’ 관객의 40%는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다. 대구 인근 경북지역과 부산, 울산 등 경남 관객들이 많다. 서울 개막(7월)까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서울 관객들도 KTX를 타고 오기도 한다.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1시간 50분, 동대구역에서 계명아트센터까지 택시로 20분 정도 소요된다. 택시 기사들도 주요 공연 일정을 꿰고 있을 정도다. 서울 공연은 7월 12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대구 =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 = 클립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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