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TK방문에 분열 분위기
6월말 발표 앞두고 갈등 증폭

PK 시민들 “‘민란’ 나올 정도”
대구 의원 “부산 어깃장 놓나”

양측 결별땐 김무성·정의화 등
호남 국민의당과 연대 관측도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양대 축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이 양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충청·TK 기반의 중원 장악 계획으로 시작된 두 세력 간 균열 조짐이 영남권 신공항이라는 ‘화약고’가 폭발하면 결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영남권 신공항 건설 지역을 두고 TK는 밀양을,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대부분의 PK 지역은 가덕도를 밀고 있는 상황이다.

1일 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찾았다. 새누리당의 한 부산 의원은 “밀양 선정에 유리한 방향으로 용역이 수행되고 있는 것 같은 정황이 발견돼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긴급하게 면담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에서는 ‘민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다”며 “이런 민심을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대구 의원은 “용역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른다. 용역 결과에 따라서 하면 된다”며 “용역에 누가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건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부산도 아는데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앞서 대구의 조원진 의원은 지난 4·13 총선 직전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며 밀양 선정을 암시해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달 말 영남권 신공항 입지가 발표되고 화약고가 터지면, 1990년 3당 합당으로 구축된 보수대연합 체제 중 핵심인 영남권이 PK와 TK로 분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권 안팎에선 신공항 입지가 밀양으로 결정될 경우 PK 민심 이반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부산 의원은 “신공항 부지가 밀양으로 결정되면 내년 대선을 비롯해 어떤 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이 이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TK와 PK가 결별할 경우 부산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정계개편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부산 출신인 비박(비박근혜)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중도세력화를 선언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호남을 거점으로 하는 국민의당 등과 연대한다는 ‘호남과 부산·경남(PK) 연대론’이 그것이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