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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 명작 3권 추천한다면

한국 문학의 대표 시인은 어떤 책을 읽을까.

최동호 한국시인협회장에게 독자들을 위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고전이 정답”이라며 3권을 꼽았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파우스트’,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

‘파우스트’는 1832년 괴테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쓴 인생의 역작이다. 지식과 학문에 환멸을 느낀 박사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빠져 현세의 쾌락을 좇으며 방황하다가 마지막에 잘못을 깨닫고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학, 철학, 정치, 종교 등 인간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며 다양하고 폭넓은 세계관을 보여주는 최고의 고전이다.

최 회장은 “‘파우스트’를 보면 19세기 초 괴테가 했던 고민이 현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줄기세포, 환상여행 등 첨단과학은 물론 인간의 모든 드라마가 있다”며 “고전을 통해 지금의 우리 모습을 새삼 반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신은 죽었다”는 선언으로, 유럽 문명의 몰락을 예언한 니체의 대표작이다. ‘초인’ ‘영혼 회귀’ 등 니체의 핵심 철학이 시적인 언어로 집약돼 있다. 10년간의 산중 명상을 마친 차라투스트라가 인간 세계에 내려와 복음을 전한다는 내용이다.

최 회장은 “차라투스트라는 고대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의 예언자 조로아스터의 독일어식 발음이다. 신을 부정한 니체도 결국 동양적 사상에서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희망을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영원 회귀설은 불교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노자, 장자 등 동양사상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꼽은 ‘두이노의 비가’는 1899년부터 1922년까지 발표된 릴케의 시를 모은 시선집이다.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마리아의 생애’ 등이 수록돼 있다. 삶의 내면을 응시해 존재의 본질을 밝히는 릴케 시학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다.

최 회장은 “모두 젊어서 읽어본 책이지만 그때와는 느낌이 또 다르다. 그때는 몰랐던 것을 이제 깨달았다. 왜 괴테와 니체가 그렇게 고민했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며 “고전문학엔 근원적 탐구심이 깃들어 있다. 쉽게 말해서 문제의식이 들어있다는 얘기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고전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