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연봉의 거수기 ‘産銀 마피아’가 대우조선 부실 키웠다

CFO·사외이사 등 ‘낙하산’
造船 전문성 없어 부실경영
‘政피아’들과 함께 회사망쳐

주요 사안서 찬성 또는 불참
경영감시·견제 제대로 못해

지난해 수조 원대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을 감시해야 할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사외이사들이 전문성이 거의 없는 ‘정피아(정치인+마피아)’와 산업은행 출신들인 이른바 ‘산은 마피아’로 채워지면서 경영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못해 부실을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거수기’로 전락한 이들 사외이사와 경영 부실을 사실상 방치한 산은 출신 재무관리 인사들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31일 ‘산업은행 국정감사 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처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산은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에 산은 출신 CFO를 선임하는 제도에도 불구, 대규모 부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질적 관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추천된 직원이 해당 기업 주요 업무에 대해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업(대우조선해양) 내 제도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산은 출신이 문제가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내 경영 감시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2000년 산은이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대우조선의 CFO는 줄곧 산은 출신이 맡아왔다. 산은 출신의 대우조선 CFO는 회사가 망가지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기업 곳간이 비는 것을 알고도 눈 감은 것인지, 아니면 인지조차 못한 것인지를 두고 책임을 묻는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현 CFO인 김열중 부사장은 산은 부행장 출신이다. 김 부사장의 전임자인 김갑중 대우조선해양 CFO도 산은 출신이다. 이에 산은 출신이 경영 감시를 제대로 못하고 수억 원의 고액 연봉만 챙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 역시 제 역할을 못했다. 2000년 이후 선임된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 30명 가운데 18명(60%)이 관료나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현재 정피아로 분류되는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는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의 보좌관 출신인 이영배 전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기획조정실장 등이다. 대우조선해양 1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분식회계 의혹을 일으킨 ‘2013~2015년 재무제표, 연결재무제표 및 영업보고서 재승인 건’에서 조전혁 사외이사는 ‘불참’했고, 이영배 사외이사는 ‘찬성’했다. 대우조선해양 감사위원장인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만 유일하게 반대표를 행사했다. 최근 정피아 논란으로 사외이사 후보에서 사퇴한 대통령직인수위 출신 조대환 변호사는 조선업계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김우찬(경제개혁연구소 소장)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실이 드러난 만큼 경영상 주요 결정을 내린 인사와 이를 감시했어야 했던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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