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구조조정 토론회’

“관치 금융·여야 극한대립
수많은 법안 사장돼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최대 경제 현안으로 꼽히는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잇따라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유능한 경제정당 이미지 구축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의 방점을 채권 확보 및 사회안전망 마련 등 후속 대책보다는 채권단 및 정부 책임론에 두는 등 대여 정치공세에 집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민주의 정책연구원인 민주정책연구원은 31일 ‘위기의 한국 경제와 구조조정 방안 연속 토론회’의 첫 번째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는 현 한국의 기업 상황을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라고 정의하며 “1997년과 같이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하루아침에 부도를 겪으며 실업자를 쏟아내는 급성 위기가 아니라 산업 기반이 서서히 붕괴해 실업자를 쏟아내는 만성 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산업 발전이 관료주의의 틀 안에서 관치금융의 지배를 받아온 데다 국회가 여야 간 극단적인 대립으로 행정부에 대한 감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수많은 법안이 변질되거나 사장돼왔다”고 주장했다.

하준 산업연구원(KIET) 부연구위원도 한계기업의 증가와 주요 산업의 부실화에 대해 “원인을 세계 경기 침체와 외부 수요 감소로만 보기는 곤란하다”며 “수출·제조업 위주의 체제에 안착해 국내 시장에서 독과점적인 지위를 구축한 대기업 집단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거나 해외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기존 지배력의 승계와 세습을 위한 활동에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과 관련해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지 않고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한 상태에서, 그 이후에 금융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투자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책임자 처벌 문제 등을 선결 요건으로 내걸면 구조조정이 오히려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성 교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재정 당국의 국채기관 자본 확충, 정치권 합의로 실업대책을 세우기 위한 추경 편성이 가장 시급하다”며 “정치권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