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행사된 常時청문회법, 政爭 빌미 되지 않아야

정부가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27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상시(常時)청문회’ 등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再議)를 요구키로 했다.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도 넘어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 되면서 여야는 물론 행정부·입법부 간 협치(協治)가 더 중요해진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정치적 긴장이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공동대응 입장을 밝혔고,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당 일각에서도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으로서 정당한 것이어서 야권이 과도하게 정쟁(政爭)으로 몰고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 국회법 개정안이 졸속 처리된 것이 사실이고, 정부가 밝힌 재의 요구 이유에도 일리가 있다. 황 총리는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 견제가 아니라 통제를 위한 법”이라며 “위헌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국회가 공무원들을 수시로 불러 청문회에 세울 경우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과잉견제’가 가능해져 3권 분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논거다. 제도 측면에서만 본다면 상시청문회는 국회가 행정부의 감시 기능을 확대하고 정부의 긴장도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점이 많다. 그럼에도 그동안 국회가 보여준 발목잡기·갑질·호통 행태 때문에 걱정스럽게 보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거부권 행사 시점도 19대 국회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이 법안이 자동폐기되는 것인지 아니면 20대 국회 들어 재의결할 수 있는 것인지를 놓고 법리적 해석과 주장이 엇갈리면서 법리 공방이 치열하다. 만약 법안이 자동폐기되면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고 입법하면 될 일이다.

어쨌든 오는 30일 임기가 시작되는 제20대 국회는 출발부터 순탄치 않을 조짐이다. 그러나 이럴수록 국회와 행정부는 정도(正道)를 생각해야 한다. 국회는 재의 요구를 정상적 헌법 절차로 받아들이고, 이의가 있다면 합법적 절차에 따라 보완·시정 또는 재추진하는 것이 옳다. 다른 현안과 연계해 정국을 악화시키는 것은 또 다른 구태(舊態)일 뿐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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