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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다양한 스펙트럼 시청자 매료
임재범·더원·박완규 ‘대항마’ 유력

‘나는 가수다’ 이후 수많은 가왕(歌王)이 명멸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강력한 가왕은 없었다. MBC ‘일밤-복면가왕’(복면가왕)의 왕좌를 틀어쥔 ‘음악대장’이 그 주인공이다. 자신의 별명처럼 빼어난 가창력, 장르를 가리지 않는 넓은 스펙트럼, 허를 찌르는 선곡, 천장을 뚫는 고음 등으로 관객과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며 9연승을 질주 중이다. 22일 방송된 ‘복면가왕’에서는 ‘록의 전설’이라 불리는 김경호마저 꺾으며 “도대체 누가 음악대장을 이길까?”라는 물음표가 난무한다.

◇그가 꺾은 9인 = 음악대장은 1월 말 6연승에 도전하던 ‘캣츠걸’ 차지연을 제압하며 가왕으로 등극했다. 이후 4개월째, 18주간 굳건히 왕좌를 지키고 있다. 그 사이 양파, 테이 등 실력파 중견 가수를 비롯해 아이돌 멤버 중 ‘가창력 끝판왕’이라 불리던 씨스타의 효린과 스피카 김보형 등을 제압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 출신인 한동근(MBC ‘위대한 탄생’)과 울랄라세션 김명훈(Mnet ‘슈퍼스타 K’)과의 대결에서도 확실한 비교우위를 보여줬다.

가창력만큼 돋보인 건 그의 선곡이었다. 등장 초기에는 고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과 ‘라젠카, 세이브 어스’로 헌정 무대를 꾸미며 의미와 감동을 더했다.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와 박인수의 ‘봄비’를 선택하며 로커의 DNA가 강하다는 인상을 풍기더니, 돌연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와 서태지와아이들의 ‘하여가’의 랩까지 흠잡을 데 없이 소화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주했다. 특히 그의 가사 전달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김경호와의 맞대결에서는 ‘록 vs 록’이 아니라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로 유연하게 대처했다. 낮은 음역대에서의 풍부한 감성과 폐부를 찌르는 듯한 고음이 어우러지며 결국 판정승을 거뒀다.

◇그를 꺾을 9인 = 음악대장의 아성이 높지만, 가요계는 넓고 고수는 많다. 하지만 그를 이길 가수는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 “한국인은 고음을 좋아한다”는 깨기 힘든 편견이 있기 때문에 일단 깔끔한 고음 처리와 함께 풍부한 감성, 관객을 압도할 세련된 무대 매너 등을 갖춰야 한다. ‘복면가왕’과 관련된 기사 댓글에 자주 이름이 거론되고, 가요계 관계자들이 꼽는 음악대장을 이길 만한 9인은 김범수, 김준수, 나얼, 더원, 박효신, 박완규, 박정현, 이선희, 임재범(이상 가나다순) 등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보컬리스트이자 다수 히트곡을 보유한 슈퍼스타들이다. 소위 말하는 ‘가왕급’이다.

하지만 이들을 출연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선희, 김범수, 박정현은 현재 타 방송사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복면가왕’ 출연은 일종의 반칙일 수 있다. 한 번도 경연 프로그램 무대에 선 적이 없는 나얼과 박효신 역시 굳이 음악대장을 상대로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아이돌 출신 가수들을 통틀어 ‘가창력 톱’이라고 손꼽히는 김준수 역시 복병이다. 하지만 지상파 예능 출연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쯤 되면 ‘나는 가수다’ 통합 가왕전 우승자인 더원과 ‘나는 가수다’에서 스스로 하차한 임재범, 그리고 박완규 등이 유력한 대항마로 손꼽힌다.

◇음악대장, 제작진의 딜레마 = 음악대장의 존재는 제작진 입장에서도 ‘양날의 칼’일 수밖에 없다. 현재는 ‘복면가왕’의 인기를 견인하는 일등공신이지만, 그가 떠난 빈자리를 메우는 것도 제작진의 몫이다. 연승 행진이 장기화되면 프로그램의 긴장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반면 그의 탈락이 시청층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클레오파트라’ 김연우가 탈락하려 ‘한오백년’을 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례가 있는 만큼 음악대장이 납득할 수 없는 노래를 선택하는 것도 시청자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가창력과 인지도를 갖춘 가수가 정면승부를 통해 차기 가왕이 돼야 음악대장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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