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양대노총 합동회견 김동만(오른쪽 세 번째) 한국노총 위원장과 최종진(〃네 번째)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등 양대 노총 관계자들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를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키로 했다”는 기자회견을 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내달 ILO 총회 이슈화 노려

“정책에 법적 문제 있다면
사법부 통해서 해결했어야”

“정부, ILO에 해명 과정서
국가 위상에 부정적 영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20대 국회서 재입법 추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 등 ‘2대 지침’을 노동탄압이라는 이유로 국제노동기구(ILO)에 제소키로 했다. 그러나 ILO 제소가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정치공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대 노총은 2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2대 지침 시행을 ILO 핵심협약 위반으로 규정하고 ILO에 한국 정부를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월 판례에 근거해 저성과자 해고 시 필요한 절차적 요건과 정년 60세 시행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규정한 2대 지침을 전국 지방 관서에 내려보낸 바 있다.

양대 노총은 기자회견에서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정부가 강제적 수단으로 단체교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체교섭의 기본적 성격을 변경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쉬운 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지침 등 2대 불법지침은 공공연하게 노동조건을 후퇴시킬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지침의 사업장 적용을 위한 절차마다 민주적 노사 간 협의와 동의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방안을 적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대 지침 추진부터 작성내용과 지침의 현장 적용을 위한 행정행위 등이 모두 국제기준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 전문가들은 노동계의 ILO 제소는 실효성 없는 정치적 행보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 정책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사법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데, 구속력 없는 국제기구에 의존하는 것은 정치 공세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2대 지침은 정부가 그동안의 판례를 정리한 행정지침이고, 이를 국제기구로 가져가는 노동계의 행보는 노·정 간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도 “노동 유연성을 강조하는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한국보다 해고가 훨씬 쉽지만, ILO에 제소된 경우가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의 ILO 제소가 한국의 위상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LO에 이 같은 점을 해명하는 것 자체가 번거로운 절차이고 해명 과정에서 국가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노동계가) 노·정 갈등을 외부화해서 한국의 노동 상황이 굉장히 열악하다고 알리는 것이 한국의 위상과 경쟁력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그러나 “노동계를 설득하지 못한 정부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2대 지침이 행정부 내부에서만 효력을 발휘하는 행정지침에 불과한 만큼 국제기구에 제소할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계는 2대 지침이 헌법 위배와 노동권 침해라고 주장하지만, 2대 지침은 그간의 판례를 벗어나지 않는 테두리 내에서 관련 기관들이 참고하도록 한 데 지나지 않는다”며 “다음 달 ILO 총회를 앞두고 이슈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빠른 시일 안에 당정협의를 거쳐 노동개혁 법안 재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주·김기윤·김수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