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먹이 주는 황새 부부 수컷 황새 ‘만황이’(왼쪽)와 암컷 ‘민황이’가 22일 오후 황새공원의 횃대 위에 꾸민 둥지에서 교대로 먹이활동을 하며 갓 부화한 2마리 새끼 황새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갓 부화한 새끼 황새는 어미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잘 받아먹고 있었다. 곽성호 기자 tray92@

멸종 이후 첫 자연 짝짓기
복원 시작 20년만에 결실

충남 예산의 황새공원에서 야생으로 돌려보낸 황새가 짝짓기로 낳은 알이 부화에 성공해 새끼 황새 2마리가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부화한 새끼는 한반도에서 황새 멸종 이후 45년 만에 자연상태에서 짝짓기로 태어난 최초의 황새로, 20년에 걸친 한반도 황새복원사업이 성공적으로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22일 오후 충남 예산의 황새공원에서 지난해 방사한 황새 한 쌍이 높이 14m의 횃대 위의 둥지에서 교대로 품고 있던 알이 부화해 2마리가 태어난 것을 문화일보가 취재과정에서 최초로 확인했다. 그동안 사육 중이던 황새가 산란해 부화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방사한 황새가 자연상태에서 짝짓기하고 알을 낳아 부화한 것은 1971년 이후 처음이다. 1996년부터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진행해온 황새복원사업이 20년 만에 결실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황새생태연구원 측은 “어미 황새의 움직임과 새끼의 크기를 고려해 보면 2마리 황새는 지난 20일과 22일 각각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망원렌즈로 확인한 새끼 황새는 몸길이 10㎝ 남짓으로, 수컷과 암컷이 인근 하천에서 교대로 물어오는 물고기 등의 먹이를 잘 받아먹고 있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 199호로 지정된 한반도의 황새는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 한 쌍 중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은 뒤 자연 번식이 중단됐고, 1994년 혼자 남은 암컷이 숨진 뒤에 국내에서 완전히 멸종됐다.

이번에 새끼를 부화한 황새는 지난해 9월 처음 자연에 방사한 8마리 중 2마리로 3년생 암컷 ‘민황이’와 수컷 ‘만황이’다. 방사 당시 짝을 이룰 것으로 예상치 않았던 두 마리는 전남 영광을 거쳐 북한까지 날아갔다가 황새공원 인근으로 돌아와 3월 말부터 황새공원 안의 횃대 위에 둥지 짓기를 시작해 4월 15일쯤 둥지에 알을 낳았다. 부화 예정일은 한 달 뒤인 15일이었으나 소식이 없어 연구진의 애를 태우다 예정일을 넘겨 2마리가 부화에 성공한 것이다.

자연에 방사한 황새가 1년도 안 돼 새끼를 부화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황새 복원 기술이 앞선 일본에서도 3년이 걸렸다. 박시룡(64)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장은 “시집간 딸이 옥동자를 무사히 순산했다는 소식을 들은 엄마의 심정”이라며 “이로써 이 땅에서 45년 만에 다시 황새의 자연 번식이 시작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황새생태연구원은 가을쯤 황새 10여 마리를 추가로 방사하는 한편, 북한의 황해도와 가장 가까운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 황새 야생 복귀시설을 마련해 황새를 풀어 야생 생태의 황새를 복원해 남북한 공동으로 황새 평화지대를 만들 계획이다. 연구원은 이런 계획을 최근 외국학자들을 통해 북한 조류학계에 전달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예산=김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