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곳곳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습니다. 주택 공급과잉 논란 속에 역대 최고급 분양 물량, 매매거래량 급감, 청약마감 실패 단지(미분양) 증가, 분양권전매 급증 등 부동산 시장을 가늠하는 지표 대부분이 앞으로 시장 침체를 예고하고 있지요. 실제 5월에 이어 6월 전국에서 분양 예정된 아파트는 총 7만7935가구나 됩니다. 분양 아파트 집계 이래 역대 최대치가 공급됐던 지난해 11월 6만112가구에 비해 30%가량 더 많은 물량이지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의 주택 인허가 건수도 16만3009가구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7.2%가량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주택거래량은 쪼그라들고 있지요. 1월부터 4월까지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28만6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8%나 감소했습니다. 기존주택 매매거래량 감소는 시장 침체의 선제 신호인데 예상보다 거래가 한산해지고 있지요. 올 들어 청약 마감에 실패한 단지도 늘고 있습니다. 4월 전국에서 공급된 51개 단지 중 순위 내 청약 마감에 실패한 곳이 22개(43%)에 이르고 있지요. 지난해 4월 공급된 신규 아파트 68곳 가운데 청약 마감에 실패한 곳은 17곳(25%)에 불과했습니다. 4월 1순위 청약자는 53만여 명으로 지난해(26만3526명)보다 많이 늘었지만 실제 계약에 응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지요. 완판이 줄면서 미분양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3만1698가구를 기록했던 미분양 주택도 5월 현재 5만5000가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3월 2만8897가구와 비교하면 배 가까이로 증가한 셈이죠.

분양권 전매 시장 활황도 역설적으로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는 안 좋은 신호입니다. 대구 북구 대신동의 한 분양 아파트 단지는 일반분양 305가구 중 245가구가 전매됐다고 하네요. 또 지난 1월 역대 최고 분양가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 서초구 신반포 자이 일반분양 153가구 가운데 5월 초까지 89건이 전매됐습니다. 최초 당첨자 60%가량이 분양 계약 3개월 만에 분양권을 팔고 나간 것이죠. 전매는 자금 부족에 따른 것도 있지만 앞으로 시장 불투명성을 감안, 시세차익을 남기고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주택시장 적신호는 서울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서울 거주 가구주 31.4%가 앞으로 주거를 이동할 때 ‘임대주택을 선택하겠다’고 답했기 때문이지요. 15.1%만이 ‘분양 및 재고 주택을 구입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주택시장을 둘러싼 거의 모든 지표가 침체를 예고하는 셈이지요. 이에 따라 실수요자나 투자자 모두 섣부른 청약이나 분양권 전매에 나서기보다 보수적인 접근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올해와 내년보다 그 이후에 올 주택 시장을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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