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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층 贊·고소득층은 反 우세
존슨 “통합 결과는 항상 비극”
캐머런 “탈퇴땐 국수주의 회귀”

세계 경제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영국 내 여론은 여전히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그동안 공개된 여론조사를 토대로 자체 집계한 수치에 따르면 브렉시트 반대는 46%이고, 찬성은 44%다. 차이가 거의 없는 백중세인 셈이다. 이러한 여론 흐름은 그동안 진행된 여론조사를 보면 분명하게 나타난다.

올 4월부터 이번 달 17일까지 여론조사기관인 유거브와 ICM, 입소스 모리스 등이 진행한 27번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양측에 대한 지지가 팽팽하다. 27번의 여론조사에서 브렉시트 찬성 우세가 10번 나왔고, 브렉시트 반대 우세는 14번으로 조사됐다. 찬성과 반대가 동률로 나온 조사도 3번이나 됐다. 그만큼 양측의 우열을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가 각종 여론조사를 토대로 집계한 브렉시트 찬반 여론도 비슷한 흐름이다. 이코노미스트 집계에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의견은 41%, 찬성하는 의견은 40%로 나타났다. 여론은 지지 정당이나 소득, 연령에 따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집권 보수당을 지지하는 이들은 브렉시트를 놓고 내분 중인 당과 마찬가지로 의견이 엇갈리지만 찬성 의견이 다소 많다. 보수당 지지층 중 브렉시트 찬성은 47%로, 반대인 38%보다 많다. 반면에 노동당 지지층은 반대가 압도적이다. 노동당 지지층 중 브렉시트 찬성은 29%에 불과한 반면, 반대는 58%로 찬성 의견의 2배나 된다.

수입별로 볼 때 고소득층은 브렉시트 반대가 47%, 찬성이 35%인 데 반해, 저소득층은 브렉시트 반대가 34%, 찬성이 46%다. 세대별로 볼 때 청년층이 브렉시트 반대가 46%, 찬성이 29%인 것과 달리, 고령층은 브렉시트 반대가 35%, 찬성이 48%다.

고소득층과 젊은 층은 영국인이자 유럽인이라는 정체성을 중시하며 EU 잔류를 지지하는 반면, 저소득층과 장년층은 과거 좋았던 시절의 대영제국을 바람직한 모델로 생각하면서 EU의 한 구성 국가로 있는 현상황을 타파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여론이 팽팽하다 보니 브렉시트 찬반 운동을 이끌고 있는 보수당 인사들의 주장이 금도를 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브렉시트 찬성 운동 대표 주자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지난 15일 “히틀러 등 여러 인물이 유럽 통합을 추구했으나, 결국 비극적으로 끝났다”며 EU의 유럽 통합 목표를 히틀러의 유럽 정복에 비유했다. 이에 대해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브렉시트는) 영국 국민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존슨 전 시장이 합리적인 담론의 선을 넘는 정치적 기억상실 증세를 보였다”고 비난하는 등 존슨 전 시장에 대한 국내외 비판이 쏟아졌다.

브렉시트 반대 운동을 이끄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지난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일 71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영국이 안에 있는 EU는 수십 년 동안 앙숙인 유럽국들을 화해시키는 데 보탬이 됐다”면서 “EU 탈퇴는 시계를 국수주의가 경쟁하던 시대로 되돌려 놓을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브렉시트 찬성 측은 “총리가 EU 탈퇴가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