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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축분뇨처리업체가 지난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경기 포천시 한탄강 홍수터에 조사료 재배용 가축 액비 수백t을 살포, 악취와 해충을 유발했다. 또 포천시가 이 업체에 조사료 재배를 이유로 가축액비 살포를 허가해 특혜 의혹마저 일고 있다.

19일 포천시에 따르면 농업법인 D업체가 지난해 4월 한탄강댐 홍수터인 관인면 중리 등 542필지 281만8431㎡에 대해 가축액비를 살포할 수 있도록 시로부터 가축분뇨 재활용 및 조사료 경영 사업 허가를 받았다.

D업체는 포천시로부터 승인을 받은 후 홍수터에서 조사료를 재배하기 위한 임대계약을 관인면 중리마을 대표 등과 체결하고 지난해 8∼9월 홍수터 일대에 300t가량의 가축액비를 살포하거나 매립했다.

그러나 가축액비를 살포한 한탄강 일대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영노교 인근에서는 해충까지 들끓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 업체는 수자원공사의 조치로 지난 3월 액비 살포를 전면 중단했으나 악취는 계속 진동해 인근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한탄강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주민들의 민원도 제기되고 있다.

조사료 재배 전 토양환경 개선을 위해 살포한 액비가 오히려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 것이다. 가축액비는 농가에서 수거한 가축분뇨를 고액분리기로 처리, 액상(液狀)으로 만든 액체비료다. 일부 주민들은 업체가 발효 및 가공이 제대로 안 된 가축분뇨를 대량 살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천시도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국가지질공원 한탄강 일대에 액비 살포를 무리하게 허가하고, 후속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아 환경오염을 부추긴 것으로 밝혀져 ‘업체 봐주기식’ 행정을 집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홍수터를 조성한 한국수자원공사조차도 “친환경 액비인지 전문기관에 검증을 의뢰하고, 주변에 냄새와 벌레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한 뒤 액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아 회신했다.

그러나 시는 이를 묵살, 업체가 요구한 대로 오염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액비 살포를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수로도 사용하는 한탄강 홍수터에 액비를 살포할 경우 유해물질이 강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하천법에 따라 강 주변에서 질소 화학비료와 축산분뇨 가공물질 살포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중리에 사는 주민 K(56) 씨도 “분뇨차와 트랙터를 이용해 액비를 마구 버리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는데 이후 영노교 등 홍수터 일대에 검은색의 오염 물질이 떠다니고 악취가 진동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포천시 관계자는 “수자원공사의 요구조항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이행해야 할 법적 규정이 없어 액비 살포를 허가한 것”이라며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있어 지난해 액비 살포를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포천=오명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