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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IT·금융 글로벌 기업 리콘
애스턴빌라 1025억원에 인수
시진핑 정책에 ‘코드 맞추기’
유럽서 ‘기업 홍보효과’ 노려

차이나머니의 유럽축구계 ‘침투’가 계속되고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애스턴빌라는 19일 오전(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리콘그룹에 인수된다고 발표했다. 리콘그룹의 샤지엔통 회장은 애스턴빌라를 6000만 파운드(약 1025억 원)에 사들였다.

리콘그룹은 IT·금융 등 6개 분야에서 5개의 상장 기업을 75개국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 샤 회장은 “(애스턴빌라를)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애스턴빌라는 2015∼2016시즌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중 꼴찌가 돼 다음 시즌엔 2부리그로 강등된다.

중국 자본은 유럽축구계의 큰손이다. 지난해 12월 중국미디어캐피털(CMC)과 중국 최대 국유기업 시틱(CITIC)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의 모회사인 시티 풋볼 그룹의 지분 13%를 4억 달러(4738억 원)에 인수했다. 또 무선 자동차 제작업체인 라스타 그룹은 스페인 에스파뇰의 지분 56%를, 부동산 기업 완다그룹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화신에너지유한회사는 체코 슬라비아 프라하의 지분 60%를 소유하고 있다.

중국 자본의 유럽축구단 ‘쇼핑’은 중국 정부의 축구 육성책과 맥을 같이한다. 축구광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30년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 등을 목표로 삼고 ‘축구굴기’라는 축구 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중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무대인 유럽의 축구단을 사들이고 유명 스타와 지도자들을 끌어들이면서 ‘코드 맞추기’를 하고 있다. 2001∼2006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사령탑이었던 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 상하이 상강 감독은 “중국에서는 정부가 지원하면 뭐든지 이뤄지는데 중국 정부는 지금 축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것도 유럽축구단 인수 이유 중 하나. 중국에서 축구는 인기 스포츠이며, 중국인이 운영하는 구단이라는 점을 내세우면 중국 축구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유럽축구단을 인수하게 되면, 유럽에서의 모 기업 인지도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다.

중국의 독특한 ‘체면 문화’도 유럽축구단 인수의 배경. 고가의 물건을 구입하면서 부를 과시하는 중국인들의 성향이 축구에 거액의 돈을 쏟아 붓는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프로축구 1∼2부 팀들은 지난겨울 이적시장에 무려 1억7977만 유로(2402억 원)를 풀어 해외 스타들을 싹쓸이했으며, 유럽축구단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인 영국 샐퍼드대 사이먼 채드윅 교수는 “중국이 축구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건 일종의 과시적인 성향 때문”이라며 “중국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나라라는 명성을 얻었고, 축구에서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