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원순련(맨 뒷줄 오른쪽) 전 국산초등학교 교장이 지난해 7월 경남 거제시 국산1길 국산초에 세운 시비(詩碑) 앞에서 학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교육부 제공

‘5월의 스승’ 원순련

“저에게는 부모님이셨어요. 다정하게 웃으면 제 어깨를 두드리며 ‘기운 내라’고 하셨지요. 늘 헌 옷만 줄여서 입었고 한 번도 치마를 입어보지 못했는데, 제 일기장을 보셨는지 선생님이 원피스를 구해 주셔서 처음 치마를 입었습니다. 그날 저는 처음으로 소녀가 된 기분이 들었고, 신이 나서 온종일 동네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경남 거제시 장평초등학교를 졸업한 김주옥 씨가 당시 담임이었던 원순련(63·은퇴) 선생님을 교육부 선정 ‘5월의 스승’에 추천하면서 올린 글이다. 거제 국산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2015년 교단을 떠난 원 선생님은 김 씨의 추천대로 ‘5월의 스승’에 선정됐다. 경남 거제 일대에서 37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수많은 제자에게 따뜻한 ‘엄마’와 ‘스승님’ 역할을 해온 공로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원 전 교장은 현재 거제대학 겸임교수 겸 다문화 학부모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지금도 많은 제자가 잊지 않고 연락을 해 온다고 한다.

원 전 교장이 모교인 경남 거제시 두모길 거제 해성 중·고등학교 후배들을 위해 베푼 사랑은 그의 학생 사랑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미담으로 아직도 모교에서 회자하고 있다. 원 전 교장은 모교 동문회장으로 있던 지난 2012~2013년, 사비를 털어 모교 후배 347명을 서울에 있는 대학에 견학시켜 주는 ‘진로탐방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고교 1학년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 4곳을 직접 선정해 탐방토록 해 주는 행사였다. 박봉의 교사 급여로는 큰 금액인 3000만 원을 기꺼이 내놨다. 120통에 달하는 감사편지는 그에 대한 보상이었다.

원 전 교장은 “나도 어렵게 학교에 다녔는데, 중·고교 시절 5년 동안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며 “내가 받은 은혜를 어떻게 하면 갚을 수 있나 고민하다가 후배들에게 학업의 꿈과 목표를 세워 주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진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상도 많이 받았다. ‘유재라 봉사상(1999년)’ ‘올해의 스승(2008년)’ ‘녹조근정훈장(2015년)’ 등 그의 노력을 인정한 정부와 각종 단체가 상을 줬다. 그러나 받은 상금은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제자들을 위해 모두 사용했다. 퇴임 때는 사비 1000만 원을 들여 국산초교에 시비(詩碑)를 세우기도 했다. 올해의 스승으로 받은 상금 1000만 원에 사비를 보태 자신이 운영하는 결혼 이주 다문화 여성 모임의 외국인 아내들에게 모국을 다녀올 수 있게 지원해 주기도 했다.

원 전 교장은 “(내가 한 일은) 어디에 드러내기 위해 한 게 아니다”며 한사코 취재를 뿌리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정이 바로 서야 학생들이 올바로 자랄 수 있고 학생들이 올바로 자라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며 제자 사랑의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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