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도박 사건의 수사·재판을 둘러싼 전방위 로비 의혹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지난달 27일 수사(搜査)를 본격화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가 9일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데 이어, 10일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을 지낸 홍만표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및 탈세 혐의를 가리기 위해 그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 전관(前官) 변호사는 브로커 3명과 함께 정운호 게이트로 불리는 법조 비리 의혹의 핵심에 있다. 현직 시절 유능한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홍 변호사는 다음의 네 측면에서 ‘불법 로비’ 여부를 추적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중앙지검 형사부가 2013~2014년 정 피고인의 마카오 등지 300억 원대 도박 여부에 대해 처분한 3차례의 무혐의, 지난해 10월 필리핀 등지 100억 원대 도박 사건 수사·기소 당시 횡령 혐의 제외, 정 피고인 보석에 대해 재판부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검찰이 낸 ‘적의(適宜)의견’, 1심 징역 3년에서 항소심 2년6월로의 감형 구형 등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들이다. 정 피고인의 항소심 최후진술이 “검찰에 감사한다”는 취지였던 점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최 변호사는 항소심 단계에서 보석 내지 집행유예를 선처받게 해주겠다며 수임료 50억 원을 받았다가 30억 원을 돌려줬으며, 40대 브로커와 함께 대(對)법원 감형 로비를 주도한 의혹에 싸여 있다. 정 피고인 본인과 막판 폭행사건에 얽히기까지 했다. 두 전관에 공통 적용된 변호사법 제110조는 판·검사 등에게 제공하거나 교제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이나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한 행위를 처벌한다.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엄정 문책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법조 비리의 키워드가 된 ‘전관 예우’는 현관(現官)의 호응 없이는 성립될 수 없다. 하지만 ‘미래의 전관’인 상당수의 현직 판·검사가 전관의 청탁을 배려해왔다는 게 상식이다. 이번 사건에 쏠린 국민적 관심과 홍 변호사의 평판 등을 고려할 때 전관 예우 척결의 좋은 계기다. 검찰은 현관의 연루 개연성까지 철저히 수사함으로써 법조 신뢰를 다소나마 회복하는 한편 자계(自戒)의 기회로도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