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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방송, 돼지 변 보는 모습도 노출
돈되는‘별풍선’에 눈멀어
점점 더 엽기·자극적 변질
난폭운전 생중계한 BJ도
“창의적 콘텐츠 고민해야”

돼지와 ‘푸드 파이트(먹기 대결)’, 혼자 치킨 4마리와 피자 2판 등 먹기, 수입차 상대 난폭운전까지.

개인들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이 과열 인기 경쟁 속에 엽기, 가학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4월 24일 10대 아들이 컴퓨터로 시청하던 ‘먹방(먹는 방송)’을 우연히 같이 보던 주부 김모(55) 씨는 혀를 내둘렀다. 한 인터넷 방송 TV에서 BJ(Broadcasting Jockey·개인방송 진행자) A 씨가 스튜디오 바닥에 치킨 두 상자를 차려놓고 푸드 파이트를 하겠다며 실제 돼지를 데려왔기 때문. 낯선 환경에서는 잘 먹지 않는 돼지의 습성 탓에 대결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돼지가 스튜디오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영됐다. 이 장면은 4만7000여 명이 시청했다. 김 씨는 “돼지를 옆에 놓고 치킨을 먹는 모습을 보니 역겨웠다”고 말했다.

이 TV에서 최고의 먹방 BJ로 통하는 B 씨는 4월 16일 방송에서 혼자 치킨 4마리와 피자 2판, 햄버거 3개와 디저트 등을 먹어치웠다. 환호하는 시청자들도 많았지만, 방송을 본 이모(여·27) 씨는 “내 피에 기름이 끼는 느낌이었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지난 4월 25일에는 BJ C 씨가 유튜브에 올린 25분짜리 햄버거 먹방 영상이 논란이 됐다. 햄버거를 다 먹는 척하면서 남겼다는 채팅창의 지적에 C 씨는 다음 방송에서 “어물쩍 넘어가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인터넷 방송의 가학적 행태는 먹방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4일 아프리카TV에서 ‘별풍선’을 받기 위해 일부러 외제차 운전자를 자극해 난폭운전을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배모(30)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별풍선은 시청자들이 방송 내용이 마음에 들면 BJ에게 선물하는 유료 아이템으로,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 배 씨는 4월 1일 오후 11시 20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 강변북로에서 자신의 골프 승용차로 앞서 가던 아우디 승용차를 바짝 뒤쫓으며 급진로변경, 지그재그 운전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스트레스를 달래는 방법으로 쉽고 자극적인 방송을 택하는 것”이라며 “BJ들이 엽기적 내용으로 인기를 끌려 하지 말고, 더 창의적인 콘텐츠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전체 흐름을 보며 5명의 심의위원이 논의해 이용정지 처분을 내리지만, 자율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징계 기간은 방송사업자가 정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민·박효목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