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두릅과 취나물, 원추리, 죽순, 방풍나물, 쑥(아래 왼쪽부터 시계방향), 돌나물(가운데) 등 요즘 제철인 봄나물의 맛과 향을 만끽하며 영양소도 제대로 섭취하기 위해선 조리법부터 정확히 익혀야 한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산나물 박사’의 나물 영양소 100% 섭취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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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이 지천이다. 나물은 이 계절에 꼭 챙겨 먹어야 할 식품이다. 제철이어서 맛과 향도 뛰어나고 몸에 유익한 성분도 풍부하게 지니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조리법. 데치고 헹굴 때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식감이 떨어질 뿐 아니라 영양소까지 파괴된다. 산나물보전연구회와 동의보감 약초학회 등을 설립해 20여 년 동안 산나물을 연구해 오며 ‘산나물 박사’라는 별명까지 얻은 한영모(사진) 씨로부터 ‘봄나물 영양소 100% 섭취’ 비결을 들어보았다.

봄나물의 대명사는 역시 ‘취’다. 참취는 그중에서 맛과 향이 으뜸이라고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단백질·칼슘·비타민 등 영양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으며 섬유질이 많아서 변비에도 좋다. 특히 100g당 칼슘 성분이 124㎎으로 골다공증에도 좋다. 참취는 데칠 때 ‘머리’부터 물속에 담가서 데치기 시작해야 한다. 물이 끓으면 한 번 뒤집어준다. 시간은 대가 물렁물렁해질 정도면 된다. 데치기 전 소금을 한 숟갈 넣으면 비타민C가 파괴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나물로 무칠 때는 들기름을 써야 한다. 그래야 향이 좋다. 참기름으로 무칠 경우 쓴맛이 난다. 참기름 대신 참깨로 마무리하면 된다.

5월이 제철인 원추리도 이맘때 된장국 재료로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원추리는 독성이 강한 식물이다. 따라서 반드시 데쳐서 독을 제거해야 한다. 초고추장에 많이 무쳐 먹는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도 한 차례 데쳤다가 찬물에 헹궈서 써야 한다. 기력 회복에 좋고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해소하는 효능을 지녔다.

두릅 역시 독이 있기 때문에 날로 먹으면 안 된다. 소금을 한두 숟갈 넣고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궈야 한다. 그러면 두릅 특유의 쓴맛과 떫은맛도 줄어든다. 두릅에는 사포닌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그래서 혈액 순환에 도움을 주고 피로를 풀어준다. 그리고 나물로는 드물게 다량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예전에는 ‘구황 식품’으로도 통했다.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거나 튀김이나 전으로 만들어 먹는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인 돌나물은 씻어서 날로 먹는다. 맛과 향, 비타민C 등의 영양성분을 제대로 섭취하기 위해선 씻은 후 바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나물로 먹을 때도 직전에 조금씩 조리해야 한다. 조리한 상태로 오래 놓아두면 숨이 죽으며 향이 사라지고 비타민C 함량도 크게 떨어진다. 돌나물에는 이소플라본 성분이 풍부해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에 좋다.

방풍나물은 풍을 예방해줄 뿐 아니라 두통을 없애고 머리를 맑게 해주는 나물이라고 해 예전부터민간에서 ‘건강식’으로 즐겨 먹었다. 날로 먹어도 되기 때문에 잎은 쌈 재료로도 많이 쓰인다. 무칠 때는 숨을 죽이기 위해 살짝 데친다. 된장이나 고추장에 무쳐 먹는데 이때 참취를 무칠 때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들기름을 써야 한다. 나물 중에 참기름으로 무쳐서 맛이 좋아지는 것은 고사리가 유일하다.

죽순도 요즘 건강식으로 각광 받고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륨 성분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혈당 및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고혈압도 예방해 준다. 죽순은 떫은맛이 나기 때문에 껍질을 벗긴 뒤 쌀뜨물을 끓여서 삶아야 한다. 그러면 맛이 순하면서도 아삭거리는 식감에 은은한 향을 살릴 수 있다. 죽순이 많이 나는 전남 담양에서는 살짝 삶은 죽순을 우렁과 함께 초고추장에 버무린 죽순회를 즐겨 먹는다.

향이 좋은 쑥의 단점 한 가지는 데쳐도 빠지지 않는 쓴맛이다. 이는 압신틴 성분 때문인데 데친 후 물에 담가 하룻밤 정도 두면 사라진다. 쑥은 예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해 생리통이나 냉, 대하 등 부인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현대에 들어와 쑥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쑥에 풍부한 비타민 B1·B2·C 등이 에너지 대사를 돕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산나물의 맛과 영양, 제대로 된 조리법 등을 알리기 위해 산채음식 전문점도 운영하고 있다는 ‘산나물 박사’ 한 씨는 “산나물의 맛과 영양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데칠 때 푹 삶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음식으로 조리할 때도 가능한 한 양념을 적게 써서 나물의 독특한 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