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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으로서 위협 느껴”
18일부터 8주간 창비학당 강의

“일부 싸구려 TV 오락 프로그램들이 언어와 문화를 파괴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오락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베스트셀러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저자인 최영미(55·사진) 시인이 최근의 무분별한 TV 오락 프로그램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최 시인은 3일 “오랜만에 대중을 상대로 서양미술사 강의를 하게 됐다. 한 달 전부터는 평생 안 하던 SNS도 새로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면서 “시인으로서 큰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시인은 1994년 출간한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이 시집은 무려 5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섬세하면서도 대담한 언어, 거침없는 표현으로 독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너무 쉽게 썼다”는 이유로 평론가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최 시인은 첫 시집이 너무 성공한 ‘부작용’ 탓에 한때는 절필까지 생각했을 만큼 대중과 멀어졌다.

그러나 최 시인은 얼마 전부터 마음을 고쳐먹었다. 스스로 ‘컴맹’이라고 할 정도로 ‘디지털’을 거부해 왔던 그가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 SNS를 개설했다.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노력이다.

최 시인은 오프라인에서의 대중과의 접점도 넓히기로 했다. 그는 오는 18일부터 8주간 매주 수요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창비학당에서 ‘문학이 숨 쉬는 서양미술사’를 주제로 강의한다. 최 시인은 “시인이 공들여 지은 시들이 인터넷상에 아무렇게나 노출되고, 싸구려 TV 오락 프로그램이 지나친 속어와 축약어로 언어를 파괴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내가 세상을 구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학과 미술, 역사가 어우러진 강의를 통해 고급스러운 오락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시 ‘속초에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등 시집 5권, 산문집 ‘시대의 우울’ 등 2권, 소설 ‘청동정원’ 등을 펴냈다. 지난해 10월에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개정판을 출간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