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러스트 = 안은진 기자 eun0322@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유력 후보 김황식 前 총리

대법관·감사원장 등 요직
의전 · 대독총리 우려 벗고
퇴임때 ‘명재상’ 평가 받아

“아직 구체적 제안 없었다”
위원장직 의향 부인안해

20대 총선 결과 바탕으로
‘協治 구상’ 가다듬는 중

당 위기 원만한 수습 땐
차기 대권후보 가능성도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출 이후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에 김황식(68) 전 국무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 김 전 총리의 선택과 정국 구상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총리가 여당 비대위원장 후보로 떠오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관리형이 아닌 리더형 비대위원장이 필요한 상황이며, 계파를 뛰어넘어 당을 결속시킬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고, 무엇보다 여소야대 정국을 협치(協治)로 풀어내야 할 정치력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김 전 총리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10월 정운찬 전 총리의 사퇴와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신임 총리로 전격 발탁됐다. 정부 수립 이후 첫 번째 광주·전남 출신 총리였다.

임명 당시만 해도 “또 한 명의 의전 총리나 대독 총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존재감과 국정 운영에서의 역할은 커졌다. 크고 작은 국정 현안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은 물론 국회와 야당을 설득하는 데에 타고난 정치적 감각을 발휘했다. 급기야 퇴임을 앞두고 그는 ‘명재상’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렇듯 대법관과 감사원장, 총리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능력을 검증받은 만큼 현재의 여당을 난파의 위기에서 구해줄 비대위원장으로서 흠결이 없어 보인다.

나경원·정진석·유기준 등 여당 내 세 명의 원내대표 후보들도 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김황식 비대위원장’론에 “아주 훌륭한 분” “꼭 모실 것” 등으로 높이 평가했다. 이는 김 전 총리가 지도자의 덕목이나 자질 면에서 손색이 없다는 인식이 새누리당 내에 공유된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김 전 총리는 친박(친박근혜)계는 물론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대위원장 ‘1순위’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물론 그에겐 새누리당, 특히 친박과 불운한 기억이 있다. 지난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친박 후보로 여당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막상 당내 경선에서 무릎을 꿇었던 경험이 그것이다. 이번에 그가 계파 간 갈등이나 이견 없이 비대위원장에 원만하게 추대되지 않을 경우 전면에 나서기를 꺼릴 수도 있겠다는 예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 전 총리는 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 비대위원장 직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구체적인 제안도 없었고 구체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 뭐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그럼에도 불구, 김 전 총리는 여당과 대한민국 정치가 바뀌어야 하며 새롭게 하지 않으면 국민 앞에 다가설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했다. 김 전 총리는 최근 문화일보와 가진 일련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국민 전체를 포용하고 통합한다는 생각을 확고히 갖고 보수와 중도뿐 아니라 진보 진영 사람들까지 껴안을 수 있다는 품이 넓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념과 지역, 세대를 막론하고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국민정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요즘 들어서는 20대 총선이 만들어낸 3당 구도로 인해 정치권 최대 화두로 떠오른 ‘협치’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총선이 여당의 참패지만 야당의 승리로 평가할 수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선거 결과가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여당에 대한 국민적 질책의 반사이익이라는 점에서다.

그의 협치론은 이 같은 정치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는 과거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배운 대로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의 산물이라고 믿고 있다. 그의 협치론은 “정부·여당과 야당의 관계가 합리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국정은 혼란스러워지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지만, 정치권이 국정을 공동 운영하는 자세로 대화하고 타협한다면 국가 발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만 한동안 애정을 보였던 ‘연정(聯政)’론에 대해서는 그것이 선거제도나 권력구조 등 제도적 변화가 수반돼야 하고 이는 헌법 개정 등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협치의 다음 과제로 미뤄야 한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 선거 이후 신임 지도부가 본격적으로 비대위 구성에 착수하는 과정에서 김 전 총리에게 비대위원장 직을 제의할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총리가 이 제안을 수락할 경우 그는 현 정국에 대한 자신의 인식과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합리적으로 돌파하고 박근혜정부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주는 데 진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총선 전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처럼 친박과 비박이 갈등해온 ‘낡은 보수’를 청산하고 차기 대권에서 경쟁력을 가진 정당으로 새누리당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본인도 자연스럽게 대권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게 될지 정치권이 그의 선택과 활약을 주목하고 있다.

허민 선임기자·김만용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