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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 논설위원

박병엽 팬택 창업자의 ‘샐러리맨 전설’은 진행형이다. 그가 떠난 팬택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지만 그의 통 큰 도전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국내 우량 현금 수송 업체인 발렉스코리아 등을 인수하며 패자부활전의 2막을 준비 중이다. 그가 언론에 늘 ‘청탁’하는 말이 있다. “저를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제가 잘 안 되면 청년들의 꿈과 희망도 무너지기 때문이죠.” 대다수 2·3세 오너와는 달리 자수성가형 창업가인 그의 호소에는 울림이 있다. “한국에선 미친놈이나 한다”는 제조업 창업에 도전했기에 더욱 그렇다.

한국도 자수형 부자가 늘고 있다는 외신이 전해졌다. 글로벌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분석한 ‘한국의 50대 부자’에 따르면 19명(38%)이 스스로의 힘으로 부를 일궜다. 1년 전 조사(28%) 때보다 크게 뛴 비율이다. 포브스는 부자들이 소유한 주식 가치와 최근 3년 치 배당금만으로 평가해 그 순위를 매겼다. 특히 새로 이름을 올린 7명 중 6명이 자수성가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81세의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10위)이다.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34위)와 김범석 쿠팡 대표(36위)는 30∼40대 젊은 기업인이다.

김 회장의 ‘흙수저 극복기’는 감동적이다. 11남매의 장남인 그는 전남 강진의 농사꾼 집안 출신이다. 농고 3년 때 “바다로 눈을 돌리라”는 담임선생님의 조언에 부산수산대에 입학했다. 서울대 농대에 장학생으로 입학 허가를 받아놓은 터였다. 뱃일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1958년 남태평양 사모아로 향하는 국내 최초 원양어선 ‘지남호’ 선원부터 시작했다. 다랑어의 표준어처럼 돼 버린 ‘참치(진짜 생선)’도 이때 지어졌다. 1963년 28세에 선장이 됐고, 6년 후 자본금 1000만 원의 동원산업을 설립했다. 매출 9조 원대의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모태다. 얼마 전 ‘김재철 평전:파도를 헤쳐온 삶과 사업 이야기’도 출간됐다.

그래서인지 그의 ‘도자기론’은 낙망(落望)하는 청년에게 죽비와도 같다. “도자기에는 토기·도기·자기 단계가 있죠. 토기는 불에 안 들어간 상태, 도기는 1000도 미만, 자기는 1000∼1200도에서 구워진 제품입니다. 사람도 고생을 해야 완성되는 법이죠.” 청년들은 4·13총선에서 ‘청심(靑心)의 본때’를 단단히 보여줬다. 이제 분노는 잠시 가슴에 묻고 현실적인 자구책을 차분히 고민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