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사우디 달래기… 중동 외교 과제

시아파 이란과 극단적 갈등
고위인사 사우디 파견 예정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으로 대 중동 외교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동시에 이란과 복잡한 역학관계를 지닌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 달래기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각각 이슬람교 시아파와 수니파를 대표하고 있는 이란과 사우디는 이슬람권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중동의 양대 맹주로 최근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해제 이후 원유시장 점유율을 놓고도 치열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란과 사우디는 올해 초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 등으로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극단적 갈등까지 빚고 있어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이란 러시’에 사우디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예상이 가능하다.

정부 당국자는 2일 “이란의 부상에 따른 경제적·안보적 위협을 어느 곳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나라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사우디와의 외교관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며 “이란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들어가되 옛 친구(사우디)를 버리지 않고 국익 증진 차원에서 균형외교를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수교 이후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하면서 ‘이란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우려의 시선이 사우디에 쏠리는 것은 역내 패권 국가로서 사우디의 위치와 한국과의 무역 관계 때문이다.

사우디는 중동 수니파 국가의 좌장 격으로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에는 제1위 원유 수입국이자 주요 교역 대상국이다. 한-사우디 무역 규모는 현재 한-이란 교역량의 세 배에 달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사우디 등 GCC 4개국을 방문하면서 협력 강화의 초석을 다진 바 있지만, 한국이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이란에 올인한다면 애써 쌓은 이들 국가와의 관계가 빛이 바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직후 정부 고위 인사가 다시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진 것은 이러한 고민 때문이다. 최근 한국과 사우디 간 협력 분야가 점차 확대돼 가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 정부로서는 이에 더욱 공을 들일 모양새다. 특히 사우디는 한국이 경쟁력이 있는 원자력 분야 및 보건의료 서비스 등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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