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 시기 ‘변수’

“中, 상당히 화나 있는 상태”
핵실험 땐 원유 끊을 수도

언제든 쓸 수 있는 히든카드
연말까지 유용하게 쓸 가능성

북한이 5차 핵실험 실시를 유예하거나 제7차 노동당 대회(6일) 이후로 연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북 핵실험 강행 여부가 향후 남북한의 관계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인 외교안보 지형의 변화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5차 핵실험 유예·연기 등을 고려할 경우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중국과의 관계다. 북한이 세계에서 의존할 수 있는 유일한 ‘비빌 언덕’인 중국과 더 이상 관계가 나빠지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당대회 이후로 연기하거나 유예한다면 그건 중국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면서 “중국이 (북한에) 상당히 화가 나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8일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제5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외교장관 회의 기조강연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완전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이 같은 강경한 태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북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최악의 경우 북의 생명줄과도 같은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둘째는 5차 핵실험 카드가 금방 쓰지 않아도 연말까지 언제든 쓸 수 있는 ‘조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당장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올 연말 미국 대선까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차 핵실험 카드의 유효기간은 당 대회까지로 끝나는 게 아니다”면서 “카드를 금방 쓸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서는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을 했고,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쐈기 때문에 그 두 가지로도 충분히 업적이 있는 상태이며 따라서 다시 무리하게 핵실험을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김 제1위원장이 ‘합리적인 행위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당대회 전 핵실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입장으로만 보면 당대회 전에 반드시 핵실험을 해야 한다”면서 “북 핵실험장인 풍계리에서 5·6차 핵실험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