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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文 ‘호남 참패 원인’ 지목에
배신감 느낀데다 ‘烹’우려 섞여

2일 호남을 찾은 김종인(사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다수의 대권 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측에서는 아예 “대선 새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짜인 야권 대선구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총선 후 ‘김종인 체제’를 흔드는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그룹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의 표시다.

김 대표는 이날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북 민심이 신뢰할 수 있는 대권주자를 준비해야 한다. 전북 민심은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되돌릴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총선 전 ‘정계은퇴·대선불출마’의 배수진을 치고 지지를 호소한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김 대표 주변 인사들은 ‘더는 킹메이커를 하지 않겠다’는 김 대표의 기존 발언에 대해 “문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워낙 강해서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는 안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 전 대표가 아닌 다른 대선주자를 위해서는 힘을 보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대선판을 새로 짜야 한다. 김 대표가 그 과정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요구한 ‘경제민주화 스피커’ 역할을 할 뜻도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연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내가 무슨 당 대표에 관심이 있겠느냐. 당이 정해준 대로 따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문 전 대표를 지원하는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추미애·홍영표 의원 등이 ‘호남 참패는 김종인 탓’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데 대해서도 심한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당이 낭떠러지에 떨어지려는 찰나에 당을 구출해서 지금 우리가 20대 총선서 제1당의 자리를 차지했다”며 “이걸 받아들이는 것이 원칙이지 선거결과를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김 대표를 향해 “처음부터 당 내외 사람들은 그분이 비상상황에서 잠깐 도와주러 오신 걸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