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출을 앞둔 새누리당의 모습은 여전히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지도부 붕괴 상황에서 새 원내대표는 ‘대표 및 최고위원회’ 권한을 위임받아 비상 국면을 관리하게 된다. 그렇다면 원내대표 경선이 그간의 잘못을 석고대죄하면서 다시 한번 지지를 호소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그런데 3명의 후보자는 물론 다른 제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서 그런 비장함이나 절박감도, 당의 미래와 혁신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총선 참패 뒤 20일이 지났는데도 새누리당은 여전히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방향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포자기했거나, 아니면 생각을 못하거나 안 하는 ‘무뇌(無惱)정당’처럼 비친다.

나경원, 유기준 의원과 정진석 당선자는 1일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들은 겉으로는 한결같이 계파정치 청산, 수평적 당·청 관계를 외치고 있지만 구체적 실천 방침이 없을 뿐 아니라 되레 계파에 기대는 모습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의 떠나간 마음을 되돌리게 할 ‘정치적 상상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보다는 ‘당선자 득표’ 계산에만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김종필 전 총리의 ‘의중’ 경쟁을 하거나, 심지어 제3당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상대할 적임자 논쟁까지 벌어지니 한심하다. 나 의원은 김 전 총리 면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 전 총리는 정 당선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발탁돼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음에도 ‘박정부 3년 심판’ 성격도 있는 총선 참패에 책임을 느끼지 않는 듯하다. 그 대신 “친박이 패배의식에 젖어 있을 이유가 없다”며 ‘친박 표(票) 줍기’에 열심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새누리당의 앞날은 암담하다. 그들의 공약을 보면 협치·쇄신 등 하나마나 한 추상적인 구호들뿐이다. 국민이 새누리당을 걱정하는 것은 집권당이기 때문이고,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이 더 난맥으로 흐를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새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추천·영입하는 등 상당한 권한을 ‘누릴’ 것이다. 세 후보 중에 당선자가 나오겠지만 집권당으로서, 보수 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