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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기 / 논설위원

‘□□□□는(은)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

단숨에 읽기가 좀은 버거울 이 문장의 주어가 누구일까. 주어에 해당될 만하면 누구든 제법 잘 나가는 부류일 터, 헌법 제46조 3항이 적시한 주어는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의 의무를 헌법 명문으로 처음 못을 박은 것은 1962년 12월 26일 전부 개정, 그러니까 제5차 개헌 때였다. 그땐 제40조의 전문이었다. 현행 조항과는 몇 대목 미세한 차이밖에 없다. 하지만 유래와 곡절 함께 짚자면 아무래도 다시 읽을밖에 - ‘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법률이 정하는 기업체와의 계약 또는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나 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

1948년 제헌 이후 한동안 없었던 헌법 조항이 어떤 사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을까. 1962년 11월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헌법개정안 제안이유서를 훑어가면 ‘…참다운 국민의사를 대변하고 깨끗하고 능률적인 의회정치를 기약할 수 있는 합리적인 국회의 조직과 운영을 규정…’이라는 대목이 그 유래임을 어렵잖게 짚을 수 있다. 의회정치에 대한 냉소가 짙게 배어 있다. 한마디로 국회의원들은 원래부터 영 시원찮다는 뜻이다.

헌법학자 한상범은 한 발 더 내디뎠다. “국회의원이 나쁜 짓만 해왔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성 정치인을 깎아내리고 군인 출신 정치인을 새사람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려는 것”이란다(‘살아있는 우리 헌법 이야기’, 삼인·2005.2.5).

헌법 제46조 1, 2항도 군인정권의 유산이다 - ‘1.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 2.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이젠 1980년 10월 제8차 개헌 이유서를 훑을 차례다. ‘사회정의가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 국회의원의 국익우선의무와 청렴의무 조항을 신설…’이라는 대목에 밑줄 그으면서 엷은 웃음기 애써 지워본다. 사회정의… 국익… 청렴… . 당연히 그렇다, 부디….

의원의 헌법 의무는 이렇듯 유래부터 반어(反語)에 가깝다. 그래서 대개 모른 척들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