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과 역세권에 청년을 위한 ‘값싸고 질 좋은 임대주택’이 가능할까요. 서울시가 지난 26일 ‘역세권 2030 청년 주택’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청년실업과 주거 문제가 겹쳐 새로운 주거빈곤계층이 된 젊은이들을 위해 공공과 민간이 결합, 청년주택을 짓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실제 청년층 주거 문제는 어느 때보다 심각합니다. 지난해 수도권 대학생 기준 월평균 주거비(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조사)가 약 48만 원(월 임차료 42만 원+관리비 6만 원)에 달한 상태이기 때문이지요.

서울시 발표대로라면 앞으로 8년 안에 도심 곳곳에 젊은이를 위한 임대주택 20여만 가구(공공임대 4만 가구)가 공급됩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제2, 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나 상업지역으로 바꿔주고, 용적률(대지면적에서 건물면적이 차지하는 비율) 상향(인센티브 적용)과 세제혜택, 건설자금 지원도 하겠답니다. 서울시 정책 의도대로라면 도심과 역세권에 땅 주인과 조합, 입주희망자 모두가 웃는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셈이죠.

하지만 현실은 ‘값싸고 질 좋은 청년주택의 지속가능한 공급’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예산 때문이죠. 서울시가 예산 등을 지원하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저렴한 임대료가 불가능합니다. 공공용지에 짓거나 예산 지원이 없는 청년주택은 결국 고가 월세 주택이 될 수밖에 없지요. 또 청년주택 사업자(건설·시행사)를 위한 대지 용도변경과 용적률 상향, 세제 지원도 특혜 시비를 낳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시형생활주택의 폐해에서 드러났듯이 주차장과 편의시설 확보도 관건입니다.

행복주택과의 입지와 임대료 차이 문제입니다.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 역시 대중교통이 편리하거나 직주(職住) 근접 지역에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죠. 더구나 최대 10년간 거주할 수 있고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입니다. 서울시의 청년주택이 이런 행복주택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요.

청년주택이 경제정의실천연합의 지적처럼 ‘투기세력과 건설업체를 위한 고가 뉴스테이 확대 정책’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심의 값싸고 질 좋은 주택’으로 건립돼야 합니다.

서울시가 보유한 공공용지와 시설, 스와핑(민간 땅과 맞교환), 민간 공장용지 매입, 도시개발 및 정비지구 자투리땅 등을 활용, 공영(公營) 청년주택으로 보급해야 한다는 것이죠. 국민 삶의 질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주거 문제는 이벤트성 사업이나 포퓰리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서울시가 진정으로 이 시대 젊은이들의 주거 문제를 걱정한다면 과감한 공영개발을 통해 지속가능한 보급과 운영이 가능한 청년주택 건립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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