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30대 그룹 CEO 간담 이기권(왼쪽 두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30대 그룹 CEO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김영배 경총부회장 비판

“대기업 투자감축·해외이전… 中企 대기업성장 회피할것”
정년연장에 채용강제까지… 기업 부담은 갈수록 커져
시장경제 정체성 정면배치… 경제활성화법은 통과 안돼

정치권이 청년실업 문제 해법으로 내놓은 ‘기업 청년고용할당제’에 대해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우리 경제에 오랜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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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16회 경총포럼에서 “‘일자리가 부족하면 채용을 늘리도록 강제하면 되지 않느냐’는 발상은 대단히 비시장적”이라며 “청년고용할당제가 정치인에게는 달콤한 묘약일지 몰라도 우리 경제에는 독으로 작용해 오랜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청년고용할당제는 300인 이상 기업에 매년 정원의 3∼5% 이상 고용을 늘리도록 강제하는 제도로, 여야 합쳐 모두 13개의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김 부회장은 “대기업은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투자를 줄이거나 해외이전을 고민하고, 중소기업은 할당제 적용을 피하려 대기업이 되는 것을 기피하는 ‘피터팬 신드롬’이 더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만약 내수를 살리기 위해 일정 소득 이상 근로자에게 무조건 소비를 전년 대비 3∼5% 늘리도록 한다면 받아들일 국민이 있겠느냐”며 “2000년 세계 최초로 청년고용할당제를 도입한 벨기에 역시 부작용만 남긴 채 제도를 폐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이 어려우니 기업에 채용을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상급식, 무상보육처럼 대중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논리지만 늘 그렇듯 포퓰리즘 정책은 필연적으로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진단했다.

김 부회장은 “일자리는 법으로 강제한다고 늘어나는 게 아니라 경기가 살아나 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만큼 정치권은 진정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달라”고 역설했다.

김 부회장이 기업 청년고용할당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은 이 제도가 시장경제 기본 질서와 배치되고, 장기적으로 오히려 고용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정작 기업 부담을 줄여줄 임금피크제 도입 확대 등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파견법을 비롯한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은 통과가 불투명한 처지다.

정부·정치권의 일자리 정책이 경기 활성화, 임금체계 개편 등 근본 대책 대신 청년고용할당, 최저임금 인상 등 인기 영합 식으로 흘러간다는 점도 기업들은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한편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30대 그룹 CEO 간담회에서 연봉 1억 원 이상 근로소득 상위 10% 근로자의 임금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이 장관은 “고소득 근로자의 임금인상 자제는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와 청년채용, 비정규직 근로조건 개선 등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