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 디마지오(오른쪽)는 동생 도미니크(왼쪽), 큰형 빈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형제로 꼽힌다.

이미지 크게보기 해변을 배경으로 언니 비아(오른쪽)와 동생 브란카 페레스가 포즈를 취했다(페레스 자매 인스타그램).

피끓는 승부의 세계… 피를 나눈 그들의 남다른 ‘스포츠 DNA’

형제, 자매는 닮기 마련이다. 같은 뿌리에서 나왔기에 유전적으로 비슷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예술, 스포츠계에서 형제와 자매가 명성을 떨치는 예는 적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같은 분야에 소질을 드러내고, 그래서 함께 배우고 익히면서 경쟁하다 보면 서로에게 훌륭한 자극제가 된다.

◇위대한 형제 =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최고의 형제로 빈스(1912년생), 조(1914년생), 도미니크 디마지오(1917년생) 3형제를 꼽았다. 디마지오 형제는 23년간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 127.2를 남겨 역대 메이저리그 형제 중 1위에 올랐다. 메릴린 먼로와 결혼했다 이혼한 조는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3차례 올랐고, 메이저리그 최다인 56경기 연속안타를 작성했다.

‘너클볼 브러더스’ 필(77)과 조 니크로(사망) 형제도 메이저리그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형인 필이 318승, 동생 조가 221승을 거둬 539승을 합작했다. 역대 ‘형제 최다승’. 특히 1979년 니크로 형제는 나란히 21승을 거둬 메이저리그에 유례없는 ‘형제 공동 다승왕’으로 등록됐다. 동생 조는 정통파 투수였지만 어깨를 다친 뒤 형으로부터 너클볼을 전수받아 부활했다.

현역인 B J 업턴(32·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저스틴 업턴(29·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형제는 이색 기록을 가장 많이 작성했다. 2012년 8월 1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이던 동생 저스틴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경기에서 개인 통산 100호 홈런을 날렸는데 몇 분 뒤에는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이던 형 B J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역시 통산 100호 홈런을 때려냈다. 형제가 같은 날 100번째 홈런을 때린 건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

2013년 업턴 형제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한솥밥을 먹었으며, 그해 4월 23일 ‘형제 백투백 홈런’을 날렸다. 업턴 형제는 한 시즌에 20홈런 20도루를 달성하는 20-20클럽에 동반 가입한 유일한 형제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홈런왕 행크 애런(72), 제구력의 마스터 그레그 매덕스(50),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45) 등은 모두 형을 동경해 야구를 시작했고, 형을 능가하는 스타가 됐다.

이미지 크게보기 국내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형 조동화(왼쪽)와 동생 동찬.

국내 프로야구에선 조동화(34·SK)와 동찬(31·삼성), 나성용(29·삼성)-성범(27·NC)이 대표적인 형제 선수. 프로야구 조동화와 동찬 형제는 넉넉지 않은 집안 사정 때문에 부모가 한 명만 야구를 시키겠다고 하자 서로 양보하겠다고 우겼을 만큼 우애가 깊다. 먼저 프로에 입문한 조동화가 고교생이던 동생을 위해 동료들이 쓰던 야구배트와 각종 용품을 모아다 가져다 줬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프로 원년인 1982년 OB에서 데뷔한 구천서-재서(이상 53) 쌍둥이를 포함해 지금까지 31쌍의 형제가 프로로 등록됐고, 이중 20쌍이 1군 무대를 밟았다.

축구에선 형제가 다른 국적을 선택한 사례가 있다. 이복형제인 케빈-프린스 보아텡(29·AC밀란)은 아버지를 따라 가나, 제롬 보아텡(28·도르트문트)은 어머니를 따라 독일 국적을 선택해 국가대표가 됐다. 형제는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과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두 차례 맞붙었다. 2010년엔 동생의 독일이 1-0으로 이겼고 2014년엔 2-2 무승부였다.

◇우월한 자매, 남매 = 넘버원 자매 선수는 여자 테니스의 비너스(36)-세리나 윌리엄스(35)다. 윌리엄스 자매는 2000년대 이후 여자테니스계를 지배하고 있다. 세리나는 부동의 세계랭킹 1위, 비너스는 14위. 윌리엄스 자매의 4대 메이저대회 우승을 합하면 무려 29회(비너스 8회, 세리나 21회)나 된다. 자매는 2000 시드니, 2008 베이징, 2012 런던올림픽에서 복식 금메달을 차지했다. 단식에선 비너스가 2000년, 세리나가 2012년에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다.

윌리엄스 자매의 부친 리처드(74)는 두 딸에겐 아버지이자 스승이었다. 두 딸이 걸음마를 떼었을 무렵부터 하루 6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 오늘날의 슈퍼스타로 길렀다.

세리나는 통산 상금 7592만9696달러, 비너스는 3279만8036달러를 벌어들여 자매는 상금으로 총 1억872만7732달러, 무려 1250억 원을 거머쥐었다.

비아-브란카 페레스(28) 쌍둥이 자매는 올림픽 등 큰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출중한 외모로 특히 고국인 브라질과 미주 대륙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페레스 자매는 7세 때 싱크로나이즈드에 입문했고 브라질 주니어, 일반부 우승을 휩쓸었다. 2005년 팬아메리카 주니어 게임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매체 블리처 리포트가 발표했던 2000∼2010년 사이 스포츠 미녀 선수 랭킹에서 페레스 자매는 8, 9위에 올랐다. 비아는 163㎝, 54㎏이고 브란카는 165㎝, 55㎏이다. 빼어난 미모를 지녀 모델,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남매 중에선 레지(51)와 누나 셰릴 밀러(52)가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지는 어린 시절 고관절 기형 장애를 극복하고 미국프로농구(NBA) 최초로 3점 슛 2000개를 돌파했고, 통산 2562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상대 수비가 오기 전에 한 템포 빠르게 던지는 3점슛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1995년 5월 8일 당시 인디애나 페이서스 소속이던 레지는 뉴욕 닉스와 플레이오프 2라운드 1차전에서 종료 18.7초를 남기고 3점슛 2개와 자유투 2개 등 8득점을 쓸어담아 99-105에서 107-105의 믿기지 않는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때부터 4쿼터 집중득점을 밀러 타임으로 부른다.

레지의 누나 셰릴은 1984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미국 여자농구 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고등학교 시절엔 한 경기 105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엔 미국 남자농구 독립리그인 USBL의 지명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센터였다. 셰릴은 1995년, 레지는 2012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국내 프로농구에선 정선민(42)과 훈종(40) 남매가 있다. 정선민(184㎝) 신한은행 코치는 설명이 필요없는 국내 여자농구의 슈퍼스타이며 그의 동생 훈종은 205㎝로 센터 사관학교로 불리는 중앙대를 졸업하고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프로 무대에서 활동했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박승희(24)와 쇼트트랙의 세영(23) 남매는 소치동계올림픽에 동반 출전했고 박승희는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여자 500m에선 동메달을 보탰다. 그러나 세영은 메달 획득에 실패해 희비가 엇갈렸다. 박승희와 세영 남매는 맏이이자 역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승주(26)의 뒤를 이어 스케이트화를 신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