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롤스로이스, 문짝에 숨겨진 우산

자동차 소비자들에게 ‘옵션’(선택사양)이라고 하면 안전사양이나 즐겨 찾는 사양을 상위 트림(세부 차종)에만 배치해 어쩔 수 없이 고급 트림을 사게 하는 이른바 ‘옵션질’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당 차종에 적용 가능한 안전·편의사양을 빠짐없이 집어넣을 경우 운전자나 승객에 따라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불필요한 기능이 넘쳐나고 차값도 천정부지로 올라간다는 점에서 적절한 옵션 설정은 필요하다.

특히 해당 차종에 특화된 개성 있는 옵션 아이템이나 품목의 경우 구매층의 욕구를 자극해 주요한 차량 선택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최근 완성차 업계에서는 옵션 마케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2월 제네시스 EQ900을 출시하면서 법인 대표 등 고소득층 수요가 많은 차량 특성을 감안해 최신 항공기 일등석을 분석해 명품 소파의 안락함을 재현한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를 옵션으로 채택했다. 이 시트는 총 14∼18개 방향의 전동조절 기능이 적용되고 특히 항공기 일등석처럼 버튼 하나만 누르면 릴렉스, 독서, 영상 모드 등으로 변형할 수 있다.

일반 스마트키와 달리 호주머니에 쏙 넣을 수 있는 카드 타입 스마트키 역시 눈길을 끄는 옵션이다. 또 현대차는 국내 승용 세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 차종에 시가라이터 대신 ‘충전용 USB 포트’를 기본 옵션으로 적용했다. 과거와 달리 자동차에서 담배를 피우는 운전자가 줄어든 대신 정보기술(IT) 기기를 활용하는 탑승자가 늘어난 점을 겨냥한 일종의 타깃 옵션이다.

세계 3대 명차 중 하나로 꼽히는 롤스로이스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우산’이다. 롤스로이스가 나오는 영화에서 비 오는 날 뒷좌석에 탄 VIP가 차에서 내릴 때 우산을 운전사가 펼쳐주는 장면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실제 롤스로이스 팬텀 시리즈는 운전자가 우산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뒷좌석 문 내부 공간에 우산이 옵션으로 내장됐고 고스트는 조수석 문에 우산이 들어 있다. 롤스로이스에 탑재된 우산은 테플론 코팅 처리돼 말리지 않고 그대로 말아 넣어도 녹슬거나 변형되지 않는다. 지난해 출시된 한국지엠 임팔라의 경우 운전석과 조수석 문 포켓에 접이식 우산이 옵션으로 포함돼 있다.

정통 SUV의 대명사인 랜드로버는 큼지막한 차체를 감안해 플래그십(기함) 모델인 레인지로버에 ‘전동식 사이드 스텝’을 옵션으로 제공한다. 문을 열거나 리모컨을 통해 자동으로 사이드 스텝이 내려와 높은 차체에도 쉽게 탑승할 수 있다. 지난 21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90세 생일을 맞아 윈저궁에서 레인지로버를 타고 생일축하 차량 행진을 펼칠 때도 사이드 스텝을 이용해 차에 탑승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혼다 미니밴 오디세이에는 ‘실내 청소기’가 옵션으로 비치돼 있는데 아이들이 뒷좌석에 과자를 흘리거나 했을 때 청소하기 쉽도록 만든 아이템이다.

르노삼성 SM6는 암레스트(팔걸이) 아래 콘솔 박스에 뒷좌석으로 보내는 에어컨 바람이 지나는 통로를 활용한 2ℓ 용량의 ‘쿨 박스’가 있어 물과 음료 등을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다.

이색 옵션은 상대적으로 비싼 고가 차량에 많이 적용돼 있다. 벤틀리가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SUV 벤테이가는 맞춤 제작되는 기계식 시계인 ‘뮬리너 투르비용 바이 브라이틀링’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차 가격(3억 원)과 맞먹는 고가의 시계는 순수 금으로 제작되며 로즈골드 또는 화이트골드 중 선택하거나 8개 다이아몬드 표지로 장식된 나전 또는 블랙 에보니 소재를 선택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의 경우 ‘은장 수제 샴페인 플루트’(길고 가는 대가 있는 샴페인 및 스파클링 와인용 유리잔)가 고유 보관함과 함께 제공된다. 또 벤츠는 ‘스키·스노보드 백’ 옵션을 선택하면 뒷좌석 가운데 등받이를 통해 트렁크에 최대 스키 4세트 또는 스노보드 2개를 적재할 수 있다. 마세라티는 이탈리아 명품 남성복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손잡고 100% 천연 실크 소재로 시트와 문 손잡이, 차양 및 천장 조명기구 등의 내장재를 꾸밀 수 있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옵션을 2016년형 콰트로포르테, 기블리 모델에 적용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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