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에 상처를 내라.’

고무볼 초창기였다. 주물로 찍어낸 고무볼은 표면이 매끄러웠다. 아직 그 누구도 볼에 무늬를 넣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영 패터슨의 고무볼 공장에 그의 친구 윌리 던이 찾아왔다. 던의 손에는 여러 번 사용해 표면에 상처가 많이 생긴 고무볼이 들려 있었다. 던은 이렇게 말했다. “여보게, 이 볼들을 보게. 캐디와 골퍼들이 상처 난 볼로 치면 더 멀리 날아간다고 하더군.”

패터슨은 던의 말을 되새겼다. 19세기에는 볼과 공기 저항과의 역학관계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와 지식이 없을 때였다. 캐디, 골퍼들의 경험에 의존할 뿐이었다. 딤플은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에 볼이 많이 뜬다. 날아가는 볼의 위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압력이 줄어드는 반면, 아래쪽은 속도가 느려지면서 압력이 올라간다. 볼 앞쪽에 위로 뜨는 양력이 생기게 되면서 볼은 높이, 그리고 멀리 날아가게 된다. 패터슨은 갑자기 창고로 갔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상처 난 볼들을 모았다. 상처 난 볼들을 뜨거운 물 속에 한꺼번에 집어넣은 뒤 골프볼 크기로 다시 매끄럽게 다듬곤 했었다. 다음날 패터슨은 상처 난 볼을 들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직접 실험을 해볼 참이었다. 그리고 던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했다.

골퍼들은 매끈한 새 볼 표면에 칼 같은 도구를 사용해 일부러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매끄럽고 밋밋했던 고무볼에 여러 가지 일정한 무늬의 패턴이 곁들여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딤플(Dimple)의 탄생.

1932년 미국골프협회(USGA)는 그동안 제멋대로 생산됐던 볼 사이즈와 무게를 일정하게 통일했다. 영국은 이보다 앞선 1930년 볼의 규격을 정했다. 반발력과 속도는 초당 250피트(약 76.2m)로 제한했고 볼의 무게는 1.620온스(45.926g), 지름은 1.680인치(약 4.2672㎝)로 통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