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등 전문가 분석 보도
“日 수평형·에콰도르 수직형
둘 간의 연관성 찾기 어려워”

아시아와 중남미에서 잇따라 규모 7대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환태평양 지진대인 ‘불의 고리(Ring of Fire)’가 활성화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간 일본에서 4차례 지진이 발생한 데다, 16일 에콰도르와 17일 통가에서도 각각 규모 7.8, 5.8의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규모 8.0을 넘는 대형 지진이 앞으로 최소 4차례 발생할 수 있으며, 상상을 뛰어넘는 ‘메가 지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단 미국 전문가들은 일본과 에콰도르 지진의 연관성은 낮게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전문가들은 일본·에콰도르 지진 발생지는 1만4400㎞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같은 지진대에 속하지만 통상 같은 단층에서 발생한 지진만이 여진을 낳는다는 것. 또 일본과 에콰도르 지진은 성격이 유사해 보이지만, 에콰도르는 나스카 판이 남미판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발생하는 ‘메가스러스트(megathrust)’ 지진이다. 반면 일본 지진은 2개의 지층이 서로 반대되는 수평 방향으로 미끄러져 형성된 ‘주향이동단층(strike-slip fault)’ 때문에 촉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NYT는 밝혔다.

하지만 4일간 6차례나 지진이 발생한 데다, 진원지가 주로 ‘불의 고리’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미국 서부 해안 등도 다음 피해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본 지진에 앞서 필리핀·바누아투·미얀마에서도 지진이 발생한 만큼, 이번 지진이 본격적인 대형 지진의 발생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콜로라도대의 지진학자인 로저 빌햄 교수는 “현재 지진 상황이 규모 8.0보다 더 큰 지진을 최소 4차례 촉발할 수 있다”면서 “만일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지 않고 미뤄진다면, 수세기간 축적된 긴장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더욱 파괴적인 ‘메가’ 지진이 터져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도 “규모 10.0 이상의 메가 지진은 매우 드물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에콰도르 지진이 상대적으로 지각에서 가까운 데에서 발생해서 피해자가 많아졌기는 하지만, 이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역사에서 볼 때 특별하게 큰 규모의 지진은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