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백동리 무궁화동산에 조성된 ‘기억의 숲’에서 경기 고양에서 온 문재진 씨 가족이 ‘기억의 벽’ 조형물을 유심히 보고 있다.

“정부지원금 상환 내년인데…” 소상공인들 빚 갚을 걱정 태산

주민 “선체 예정대로 인양하고 예전처럼 관광객 몰려왔으면”

세월호 사고 직후부터 물심양면으로 큰 고통을 받아왔던 전남 진도 주민들이 사고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예년의 일상을 거의 회복해가고 있다. 다만,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융자받은 정부 지원금의 상환 시기가 1년 후 도래하는 점은 큰 걱정거리다. 주민들은 세월호 선체가 예정대로 오는 7월 인양되고 수습되지 않은 시신 9구도 모두 찾아 ‘국가적 재난’의 후유증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진만(70) 세월호사고 수습 진도군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18일 “세월호 사고 직후 막대한 타격을 받은 진도지역 소상공인들이 정부지원금을 융자받아 영업을 해왔으나 매출이 신통치 않아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년에 상환기한이 도래하는데, 빚 갚을 생각에 걱정들이 많다”고 전했다.

진도군에 따르면 2014년 5월 세월호 사고 직후 영업에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들(525개 업소)이 융자받은 자금은 122억여 원에 달한다. 연리 3∼5.5% 가운데 본인 부담 이율은 1%뿐이지만 ‘3년 거치 5년 상환’ 또는 ‘3년 일시상환’ 조건이어서 내년부터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공동대표는 “진도에서 식당, 낚시용품점, 호프집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세월호와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막대한 피해를 본 사람들”이라며 “경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금융 지원을 해달라는 게 소상공인들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진도군지부 관계자도 “아직 음식점들의 매출이 세월호 사고 이전 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고 그동안의 누적 적자액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영업 부진을 견디지 못하다 결국 인근 지역인 해남으로 식당을 옮긴 회원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진도군이 지난 7∼10일 개최한 신비의바닷길축제에 관광객들이 평년 수준인 59만 명이나 몰린 것은 진도 관광산업의 부활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고무적이다. 군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올들어 진도를 찾는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7월 예정대로 세월호 선체가 인양되고 수습되지 않은 시신 9구도 모두 찾아야 관광객들이 진도를 맘 놓고 방문할 수 있는 만큼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선체가 예정대로 인양되기를 바라는 염원은 피해자 가족들도 한결같다. 12일 팽목항에서 만난 실종 단원고생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47) 씨는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사람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생 재근 씨와 조카 혁규 군을 찾지 못해 2년째 팽목항에 머물고 있는 권오복(60) 씨도 “7월에 선체를 건지지 못하면 태풍 등의 영향으로 올해를 넘기기가 쉬울 것”이라며 “예정대로 세월호 인양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사 2주기인 16일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팽목항을 찾은 추모객은 2만여 명으로 추산됐다. 특히 부모가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한 경우가 유독 많았다.

아들과 함께 팽목항을 찾은 정 모(49·부산) 씨 부부는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부모의 역할이 아니겠느냐”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들과 함께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고 말했다.

진도=글·사진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