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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 서울대 교수·경영학

제20대 총선이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었다.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더 힘든 기성세대와, 취업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들이 정치권에 경제를 살리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여야의 총선 공약을 살펴보면 걱정부터 앞선다. 총선 경제 공약은 경제 살리기, 일자리 확대, 복지 확대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일자리 중심 성장론’을 주장하는 새누리당은 해외로 나간 한국 기업들의 ‘(국내) U턴 경제특구’ 설치가 대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소득 하위 70%에 속한 노인에게 2016년 말 20만 원을 균등 지급하고, 2018년까지 30만 원으로 인상하자고 주장한다. 국민의당은 중소기업 육성책인 ‘히든 챔피언 육성’과 ‘대기업 정도 경영’이 주된 내용이다. 정의당은 건강보험 보장률 80%, 저소득계층 주거비 20만 원 지원, 공적연금만으로 노후를 보장하려고 한다.

이미 지난 총선 또는 대선 때의 공약을 재탕했거나 다른 당에서 추진하려던 정책을 표절한 내용이 많다. 절대적으로 내용이 부실한 경제 공약을 내걸고서도 여야는 상대방의 정책을 ‘선심성·포퓰리즘 공약’이라고 비난한다.

정부는 총선으로 인해 미뤄뒀던 경제 정책들을 이달 중 한꺼번에 꺼낼 계획이다. 정책 물량 공세를 통해 경기회복 불씨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월말에 청년과 여성 일자리 대책을 시작으로, 관광·유통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서울 시내면세점 정책도 발표할 계획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규제 프리존,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등을 뒷받침할 정책도 발표하고, 대통령 주재 재정전략회의에서는 재정 건전성 제고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당면한 내수시장 침체, 취업난, 고령인구 및 영유아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한국 경제가 아무런 문제 없이 연간 7% 이상 성장하던 1980년대를 돌이켜보자. 물론 대외적인 경제 여건 역시 지금과 현격하게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1980년대에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해외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듯 한국 제품을 수입했다. 내수 시장 일자리 역시 높은 노동 생산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적 자원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에 투자했다. 1980년대에는 일자리보다 노동력 착취 여부를 걱정해야 했고, 내수 시장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걱정해야 했고, 좋은 인재를 찾으려고 해외에서 구인 홍보를 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면, 거의 모든 경제 문제를 선순환 국면으로 바꿀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시켜야 분배할 수 있는 파이가 커지고, 분배할 파이가 있어야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지금처럼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려운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에 또 다른 규제성 정책으로 수요를 창출하고, 재원을 조달하기 어려운 복지 정책을 남발한다고 해서 한국 경제의 본원적 경쟁력은 달라지지 않는다.

한국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창조할 수 있다. 다양한 기업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개인들이 자기 역량에 부합하는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는 행복한 가정과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문제보다 30년 후의 한국 경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치적인 판단이나 눈앞에 보이는 유혹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