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남해안에서 적조가 발생하자 경남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선박을 대거 동원해 황토를 살포하며 구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미생물 추출물·이암분말 등 친환경
해수부·국립수산과학원 사용 승인

여름철 단골 재해(災害)인 ‘적조’ 퇴치에 황토 외에 4종의 신종 병기가 등장한다. 따라서 20여 년 만에 처음 투입하는 이 구제물질들이 올해부터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 주목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은 매년 발생하는 적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생물 발효 추출물, 황토 혼합물, 도석(陶石) 혼합물, 이암(머드 스톤) 분말 혼합물 등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구제물질 4종을 올해부터 현장에 투입한다고 15일 밝혔다. 새로운 적조 구제물질들은 기존 황토보다 10∼20% 정도 높은 효율을 보여 황토와 함께 사용하면 황토 살포량을 5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구제물질들은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의 끈끈한 점액질에 달라붙어 세포를 터뜨려 침전시키면서 바다 바닥으로 떨어뜨려 제거하게 된다.

이 물질들은 해양 오염에 영향이 없는 기름 성분을 함께 투여하거나 분말 형태로 사용해 바다에 떠 있는 부유시간을 길게 해 적조 생물에 오래 노출시킴으로써 효과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고 수산과학원은 설명했다.

수산과학원은 지난 2년간 민간에서 개발한 적조 구제물질들에 대한 구제 효율 및 해양생태계의 위해성 평가를 실시했다. 해수부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적조구제물질·장비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 물질들을 사용토록 승인했다.

적조는 지난 1995년 이후 남해안을 중심으로 여름철에 거의 매년 발생해 어민들에게 피해를 끼쳐 유일한 구제수단인 황토가 이용돼왔다. 황토의 구제효율은 70% 정도다. 그러나 황토도 유한한 천연자원이기 때문에 경감·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구제물질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다른 방법으로 거론된 화학적 기법, 초음파, 미생물 천적(와편모류) 등은 경제성이 없거나 바다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나 일단 제외됐다.

이처럼 대체 구제물질과 함께 장기적으로 적조를 근원적으로 퇴치하기 위한 연구도 본격화하고 있다. 수산과학원과 상명대 분자생물학과 연구팀은 최근 적조생물의 유전적 특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관련 연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적조가 사멸할 때 활성산소가 발생해 광합성에 관여하는 엽록체 기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 기법 등의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