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 마스터스가 개막했습니다. 기자는 올해도 마스터스에 왔습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게 마스터스는 변함이 없다는 겁니다. 타이거 우즈는 없지만, 후원자로 불리는 갤러리 ‘패트런’은 우즈 대신 로리 매킬로이와 조던 스피스에게 환호하며 마스터스를 즐기고 있습니다. 변한 것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오거스타 시로부터 1700만 달러를 빌려 인근 도로를 확장한 것뿐입니다. 기념품 값도 지난해와 같고, 코스도 변한 게 없습니다. 빌리 페인 오거스타내셔널 회장도 이번 대회 전 정례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아멘코너’의 13번 홀이 짧아서 파 5홀로서 기능을 상실했다며 바로 옆 담장을 마주한 오거스타골프클럽의 9번 홀 매입을 추진 중이이라고 밝혀 조만간 아멘코너에 변화가 예상되는 정도입니다.

마스터스가 80년 동안 인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1933년 오거스타내셔널이 개장했지만, 초기엔 선수에게조차 별 관심을 받지 못했고, 팬들을 끌어모으는 데도 애로가 많았습니다. 마스터스가 출범한 1934년에는 티켓 판매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대공황 탓도 있었지만, 오거스타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첫해 72명이던 출전선수도 1939년엔 46명으로 줄어들 만큼 인기가 없었죠. 오거스타내셔널의 공동창립자 클리퍼드 로버츠는 마스터스가 살아남으려면 관람객을 불러모으는 방법뿐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모든 것을 대회장을 찾는 관람객 처지에서 생각했습니다. 한 번 왔다 가는 관람객 대신 평생 후원자(패트런)로 만든 것입니다. 매년 티켓을 사기 위해 줄 서는 불편을 없앴더니 사람들이 몰렸고, 토요일에 36홀을 치르던 것을 하루 더 늘려 최초의 72홀 토너먼트로 만들었더니 선수들이 먼저 반겼습니다.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선수들의 중요한 순간을 계속 지켜볼 수 있는 관람석을 처음 설치했고, 페어웨이에 처음으로 로프를 둘러쳐 샷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도록 했습니다. 그날의 조 편성과 코스 지도를 무료로 배포했고, 코스 곳곳에 전화케이블로 연결한 리더보드를 만들어 앉아서도 대회 전체 흐름을 파악하게 만들었습니다. 70년 전에 도입한 이런 것들은 이젠 투어에서 보편화됐습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마스터스는 골프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고 선수들이 참가하고 싶어하는 세계 최고의 골프대회로 거듭났습니다.

우리 생각엔 사람이 몰리거나 인기가 높다면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거나 마음이 변할 법도 합니다. 하지만 오거스타내셔널은 지금까지 ‘초심’을 버리지 않았고, 한 번 맺은 인연을 끝까지 고수하는 고집은 전통이 됐습니다. 최고를 만드는 것은 그 어떤 혁신보다 변치 않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