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공무원시험 응시생이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에 침입하기 위해 공무원증을 훔쳤던 청사 내 체력단련실 탈의실 옷장에 6일 긴급히 설치한 잠금장치가 달려 있다. 연합뉴스

“영장신청 외부 알리지 마라”
인사처, 경찰에 전화해 요구

인사혁신처가 7급 공무원 준비생 송모(26) 씨의 시험 성적 조작 사건을 파악하고 경찰에 수사의뢰하면서 사무실 잠금장치(도어록) 옆에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고, 이를 수사 의뢰 전 지운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비밀번호는 행정자치부 소속 공무원이 지시해 청소원들이 지웠는데, 행자부는 물론 인사처가 이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수사 의뢰 내용에서 임의로 뺐다고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인사처가 공무원 시험 준비생 한 명에게 보안이 통째로 뚫릴 정도로 허술한 보안 수준을 보인 것에 더해, 중요한 단서를 빼놓은 채 수사의뢰하는 등 두 부처가 파장을 의식해 사건 은폐·축소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7일 경찰청 관계자는 “청사에 침입한 송 씨와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 진술을 통해 송 씨가 문 옆에 적힌 도어록 비밀번호를 보고 자유롭게 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송 씨가 매일 오전에 드나드는 청소원이나 음료 배달원 등의 출입을 위해 적어놓은 비밀번호를 이용해 사무실에 침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도어록 옆에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고, 이를 수사 의뢰 직전 청소원들이 지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 중에도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아 경찰 수사에 혼선을 줬다.

경찰 관계자는 “행자부는 물론 인사처 채용관리과 직원들이 비밀번호 기재 및 삭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인사처는 경찰이 5일 송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당시 경찰청에 “영장 신청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는 전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처가 사건 축소·은폐 시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편 경찰 수사 결과, 송 씨는 총 5차례에 걸쳐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2월 28일, 3월 6일에 이어 같은 달 24일과 26일, 그리고 인사처가 수사 의뢰한 날인 4월 1일에도 청사를 활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 씨가 일요일인 2월 28일 최초 청사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의경 외출·외박 복귀 시간에 맞춰 다른 의경들 틈에 끼어 청사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6일 공전자기록 등 변작 혐의로 구속한 송 씨를 이르면 8일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