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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국민성악가’ 고려인 3세 류드밀라 남 사사

“레슨을 받으러 선생님 댁에 가면 노래를 가르치기 전에 음식부터 먹이셨어요.”

이연성(사진 오른쪽) 한국아르티아다 단장은 자신의 스승이었던 고려인 3세 성악가 류드밀라 남(왼쪽)에 대해 이같이 회상했다. 그는 “선생님이 학생 때 항상 배가 고팠다고 하셨다”며 “수업을 마치고 나와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셨는데 한국말이 서투르셔서 러시아어로 대화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였던 류드밀라 남은 러시아 인민공훈배우로, 볼쇼이 오페라단 프리마돈나로 활약했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에 소련 대표로 참석해 수난의 민족사가 담긴 노래를 열창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이 단장이 류드밀라 남을 처음 만난 건 1998년 그의 독창회 때다. 이 단장은 “당시 주러시아 한국대사였던 이인호 KBS 이사장이 류드밀라 남 선생님 독창회에 초대해 공연이 끝나고 선생님께 소개해줬다”며 “그 이후로 류드밀라 남 선생님을 사사했다. 선생님은 노래를 가르쳐주며 이모같이 나를 챙겨주셨다”고 말했다.

류드밀라 남은 지난 2007년 자신이 태어난 카자흐스탄에서 뇌출혈로 별세했다. 이 단장은 “선생님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추모음악회를 열었고, 이후 지금까지 매년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며 “이 소식을 SNS로 접한 선생님 친동생과 가족들이 지난해에 서울에 와서 추모음악회에 참석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올해 9주기 추모음악회는 모스크바 문화예술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게 됐다”며 “이번 음악회에는 선생님과 함께 볼쇼이극장에서 일했던 동료 성악가들이 출연한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