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세상 그 무엇보다 강력한 에너지라 할 수 있는 ‘모성(母性)’을 무기로 장착한 ‘아줌마 경찰’이면서 ‘경찰 엄마’가 우리 사회 안전망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한국형 수사드라마로 정착시키겠다는 의도 하에 2015년 방영되었던 ‘미세스캅’의 기본적인 구도를 그대로 활용한 SBS 주말특별기획 ‘미세스캅2’가 그렇다. 시즌2는 서울지방경찰청 강력계 에이스였던 최영진(김희애) 대신 미연방수사국(FBI) 연수를 마친 고윤정(김성령)을 전면에 내세워 시즌1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최영진이 누가 봐도 아줌마인 모습으로 육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면, 고윤정은 미스코리아도 울고 갈 외모와 연예인 패션이 부럽지 않을 세련된 스타일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과의 심리전을 펼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윤정이 육탄전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행동심리학을 전공하고, 범죄 인상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력이 용의자와의 심리전에서 빛을 발하는 것뿐이다.

시즌1과 2를 관통하는 인물은 형사과장 박종호(김민종)이다. 그는 최영진이 떠난 뒤 실적을 올리지 못해 상부의 압박에 시달리던 차에 강력 1팀장으로 고윤정이 발령받았다는 소식을 접한다. 고윤정이 FBI도 인정할 만큼 실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조울증이 심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변하는 아줌마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조직의 규율을 가볍게 무시하는 고윤정과 사사건건 부딪치던 박종호도 그녀의 탁월한 수사 능력에 매료된다.

뉴욕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고윤정은 팀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공석이 된 강력 1팀을 맡아 우여곡절 끝에 팀을 꾸린다. 수갑이나 총이 아닌 휴대전화에 내장된 개인정보망으로 범인을 검거하는 15년 경력의 배대훈(이준혁), 절대 감각으로 뛰어난 사격 실력을 자랑하지만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영감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오대감’이란 별명이 붙은 오승일(임슬옹), 사소한 것에 목숨 걸고 뭔가 시작하면 눈에 보이는 것 없이 행동해서 모두가 기피하는 강력계 일진 신여옥(손담비), 검도대회 특채 출신으로 며칠 동안 잠복을 하면서도 패션에 신경을 쓰는 강상철(김희찬)로 구성된 강력 1팀은 고윤정의 수사 지휘에 따라 연쇄살인인지도 몰랐던 과거 사건을 해결하면서 서울청의 에이스팀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행동심리학을 전공한 고윤정의 능력이 발휘되는 것은 정보를 무기로 사람과 권력을 지배하는 능력이 탁월한 EL캐피탈 대표이사 이로준(김범)이다. 타고난 외모에 세련된 매너와 패션 감각까지 갖춰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이로준은 정당하지 않은 자본의 폐해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조금이라도 심사가 뒤틀릴 경우,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이지만 비상한 두뇌로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간다.

이로준이 연쇄살인범이라는 것을 심정적으로 확신하는 고윤정은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그를 상대로 심리전을 펼친다. 강남 사모님 스타일의 아줌마 형사와 아이돌 스타 못잖은 외모의 재벌 2세 간의 심리전이 제법 볼 만하다. 특히 자신의 살인 행위를 합리화시키는 이로준의 논리는 고윤정을 경악하게 만들면서 자본에 대한 그릇된 욕망이 망가뜨린 사회 현실을 환기시킨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