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일본의 대학생들이 시위 현장에서 랩 음악을 동원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5년 10월 일본의 랩그룹 스차다라파의 멤버들이 안보법제 반대 학생 단체 ‘실즈(SEALDs)’가 도쿄 시부야에서 개최한 항의 집회에서 랩 공연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1960년대 록 유행서 변화
경쾌한 리듬따라 선창·답창
“아베 그만둬라” 3음절 구호

“민주주의라는 것은 무어냐.” “아베는 그만둬라.”

랩 리듬에 맞춰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콜(선창)과 리스폰스(답창). 이는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요즘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의 시위 현장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라고 한다.

3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담은 안보법제가 성립되던 당시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해 주목받았던 학생 단체 ‘실즈(SEALDs)’의 거리 시위에서는 랩 음악의 리듬에 맞춰 구호를 외치는 광경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반체제적이고 정치적인 이미지를 내포하는 록 음악이 젊은이들이 벌이는 시위 음악의 대명사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시대가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베트남 반전 시위가 일어났던 1960년대, 영국의 록그룹 롤링스톤스는 ‘스트리트 파이팅 맨(Street Fighting Man)’이란 노래로 젊은이들을 고무시켰다.

지난 1월 사망한 데이비드 보위는 냉전 시대였던 1987년 당시 통일이 되기 전인 서독에서 개최한 콘서트에서 공연장의 스피커 일부를 동독을 향해 돌려 두고 베를린 장벽 너머에 있는 동독의 젊은이들에게 ‘히어로즈(Heroes)’란 곡을 열창하기도 했다.

록 음악은 강한 비트에 반체제나 반골 성향, 사회에 대한 야유 등의 정신을 담아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일본의 실즈나 고교생의 시위 현장에서 오히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랩 음악이다. 지난해 안보법제 성립에 따라 도쿄(東京) 시부야(澁谷) 등지에서 항의 집회를 계속하고 있는 실즈는 시위장에서 일본의 랩그룹과 공연을 겸한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음악사에 정통하고 ‘문화계를 위한 힙합 입문’이란 저서를 쓰기도 한 오와다 도시유키(大和田俊之)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발전 비판을 비롯해 정치적 메시지를 노래하는 일본어 랩이 록 음악 이상으로 많이 생겼고, 실제로 (랩 음악이) 시위 학생들의 운동과 친화력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또 오와다 교수는 ‘아베와 야메로(安倍は やめろ·아베는 그만둬라)’라는 선·후창이 3음절의 두 박자로 이뤄졌으며, 이 리듬은 힙합 음악의 본고장인 미국 애틀랜타에서 활동하는 힙합그룹 미고스(Migos)가 유행시킨 가락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리듬이 위화감이 없기 때문에 시위 현장에 있는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침투됐다는 것이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