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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 연세대 교수·경제학

매표(買票)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제20대 총선의 공약은 ‘지원’ ‘혜택’ ‘경감’이란 단어로 점철돼 있다. 과거에는 출마자들이 자기 돈으로 매표 행위를 했다면 지금은 나랏돈으로 매표 행위를 하고 있다. 이렇게 나라 재정을 생각지 않고 내놓은 선심성 공약으로 피해 보는 것은 국민뿐이다.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제19대 국회가 최악(最惡)이었다는데 20대 국회는 구성도 되기 전에 불안하다. 19대 총선에서 전과자의 비율이 20%였으나 20대 총선에서는 더 늘었다. 세금 체납자의 비율도 전체의 13.6%로 더 늘었다. 이처럼 자질부터 의심스러운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들은 더 문제다. 문제로 지적되는 공약을 유형별로 살펴보자.

첫째 유형은 더 주기형이다. 다른 후보가 공약한 지원금보다 더 준다고 약속하는 유형이다. 보편적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자격 심사나 대가성 없는 지원을 약속하는 유형도 포함된다. 재원 조달 방식은 불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둘째 유형은 부담 전가형이다. 현재 특정 가입자들이 적립한 기금이 있다면 이를 이용하여 기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사용하겠다고 약속하는 유형이다. 기금의 목적과 대상이 달라도 일단 사용하고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함구한다. 셋째 유형은 의무 강제형이다. 가격을 통제하거나, 특정 의무를 강제함으로써 자신을 지지하는 계층의 이익을 달성하려는 유형이다. 기업에 고용을 강제하거나 물건값은 올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이다. 넷째 유형은 막무가내형이다. 지역에 기업을 유치하겠다거나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고 약속하는 유형이다. 해당 기관이나 기업의 이전 의사와는 상관없이 공약부터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모든 유형의 공통점은 지원의 효과도 없으며, 대규모 재정 지출이 수반되거나 향후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포퓰리즘 정치의 끝이 어디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일본을 보면 된다.

일본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부터다. 이때부터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지역에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했다. 하지만 과잉 투자와 선심성 투자로는 경기 활성화는 물론이고 지역 균형 발전도 달성하지 못했다. 국민의 불만이 커짐에 따라 리더십이 자주 바뀌면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사회복지 지출이 늘고 국민 부담률도 증가하면서 경제는 더욱 침체하고 국가채무는 급속히 늘었다. 연금 개혁을 하고 재정 지출을 관리하려 했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버블이 붕괴되던 시점인 1991년에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4.1%였으나 몇 년 지나지 않아 100%가 넘었다. 그리고 20여 년 만에 200%를 넘어섰고, 지금은 빚을 내서 빚을 갚고 있는 형편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19대 국회가 경제 활성화 입법의 발목을 잡고 개혁을 지연시킴으로써 경제 활성화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정치인들은 자신들만의 정치로 국익을 외면했고 국민을 분열시켰다. 국회가 ‘귀족노조’의 들러리로 전락하고, 국민이 솔깃한 선심성 공약에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다면 망국(亡國)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에서 올바른 선택을 위한 시금석이 필요하다. 우선,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주장했듯이 우리를 위해 국가가 무엇을 해달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우리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야 한다. 우리보다는 우리 자식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